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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반도체 관련 전자부품업체에서 근무하다 혈액암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한 사례
사건번호 : 서울행정법원 2018구합69677
선고일자 : 2020-05-29
주문
1. 피고가 2017. 3. 22.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11. 3. 23. 세라믹 기술을 이용하여 전자부품을 제조하는 주식회사 D(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이 사건 회사의 파주사업장(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14. 8. 29.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2014. 8. 30. 종양제거술을 받았으나, 2014. 9. 13. 이 사건 상병으로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15. 10. 29.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2017. 3. 22. '망인이 수행했던 펀칭 공정에서 화학물질을 취급하지 않고 공조시스템을 통해 인근 공정에서 사용하는 유기용제(톨루엔, 크실렌 등)와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된 것으로 판단되나, 노출기간이 짧고 이 사건 상병과의 관련성에 대한 역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이 사건 상병의 직업적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벤젠은 사업장 작업환경 측정 중 공기 중 노출수준 평가 결과 검출되지 않았고 망인의 작업공정이나 사업장에서의 벤젠 노출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라. 이에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는 2018. 4. 6. 재심사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8호증, 을 제1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펀칭 공정 업무만을 수행하지 않았고, 펀칭 공정이 2015년 다른 장소로 옮겨져 작업환경이 달라졌음에도 역학조사는 변화한 작업환경을 대상으로 하였다. 만약 망인이 펀칭 공정 업무만을 담당하였다고 하더라도 클린룸 공조시스템에 의하여 클린룸 전체에서 나오는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었고, 망인은 유기용제를 맨손으로 다루기도 하였다. 망인은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 사건 사업장에서 벤젠에도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망인은 주·야 2교대 근무 및 연장근무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극심한 과로를 하였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이 사건 사업장의 공정
가) 이 사건 사업장은 저온동시소성 세라믹소재(LTCC)를 이용한 스페이스 트랜스포머(space transformer, 이하 '이 사건 세라믹 제품'이라 한다)를 생산하는데, 이는 반도체 칩의 양품/불량 여부를 테스트하는 장비의 부품인 프로브 카드(probe card)를 구성하는 핵심 부품이다.
나) 이 사건 사업장의 이 사건 세라믹 제품 제작공정은 '원자재 입고 → 시트성형 → 시트재단 → 펀칭 → 인쇄 → 소성 → 박막 → 가공 → 테이핑 → 출하'의 순서로 진행된다. ① 시트성형 공정에서는 세라믹 분말에 바인더와 솔벤트를 배합하여 슬러리(slurry, 고체와 액체가 섞인 걸쭉한 상태) 형태로 만든 후 알루미나 볼을 넣고 8~24시간 동안 잘 섞어주는 볼 밀링(ball milling) 공정과, 슬러리 상태를 적절한 점도로 조절하고 미세 공기를 제거한 후 캐리어 필름 위에 적절한 두께로 코팅하여 세라믹 그린 시트를 만드는 캐스팅(casting) 공정이 이루어진다. ② 시트재단 공정에서는 롤 상태로 제작된 세라믹 그린 시트를 일정한 크기의 사각형 형태로 자른다. ③ 펀칭 공정에서는 세라믹 시트의 층과 층을 연결할 수 있도록 지름 100~200cm의 비아 홀과 위치를 고정해주는 가이드 홀을 펀칭한다. ④ 인쇄 공정에서는 펀칭된 비아 홀에 전기적 통전을 위하여 전극 페이스트를 채우고, 전기적 회로 구성을 위해 내부 층에 전극 페이스트를 인쇄하여 패턴을 형성하며, 그 후 내부 패턴이 인쇄된 시트를 순서대로 적층한다. ⑤ 소성 공정에서는 내부 밀도를 균일하게 하기 위하여 고온·고압을 이용하여 물속에서 압착하는 WIP 공정, 바인더 성분을 제거하고 고온에서 열처리를 하여 세라믹 제품을 만드는 소결 공정, 소결이 끝난 후 정해진 치수에 맞게 평면을 가공하는 BBT 폴리싱 공정 등이 이루어진다. ⑥ 박막 공정에서는 기판 표면에 시드 레이어를 입히고, 패턴을 형성하기 위해 기판 표면에 드라이 필름 레지스터를 입히고 광 노출을 하여 패턴을 현상하며, 패턴이 형성된 세라믹 기판에 구리, 니켈, 금을 전해 도금하는 공정이 이루어진다. ⑦ 가공 공정에서는 최종적으로 정해진 치수에 맞게 바닥면의 홀 가공 등과 세척 작업을 한다.
2) 망인의 업무내용, 업무환경 및 업무시간 등
가) 이 사건 회사에 따르면, 망인은 이 사건 세라믹 제품 제조공정 중 펀칭 공정에 근무하였다. 펀칭 공정의 구체적인 작업 내용은 ① 제품을 순서대로 나열하여 가공을 준비하고, ② 홀 가공장비(펀칭기)에 제품을 한 장씩 이송하여 로딩한 후, ③ 장비를 가동시켜 홀을 가공하고, ④ 도면과 대조하여 가공이 잘 진행되었는지 육안으로 검사하는 것이다. 펀칭 공정에서는 접착식 끈끈이 롤러를 사용하여 이물질 제거를 하며, 비아 모델이 변경될 경우에는 에탄올을 이용하여 가공장비 세척작업을 하는데 이는 짧게는 2~3일에 1회, 길게는 2주에 1회 정도 주기로 수행되었다. 가공장비는 UV 레이저드릴링 시스템(UV Laser Drilling System) 방식으로, 밀폐용 도어를 닫아야 동작된다. 가공장비에는 배기장치가 연결되어 있으며 음압에 의한 집진시설이 되어 있다.
나) 망인은 근무 중 제품 보호를 위해 클린룸용 방진복을 착용하였으나, 별도의 개인보호구(호흡기보호구, 보호장갑, 보안경 등)는 지급되지 않았다.
다)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 근무한 기간 동안 작업장소는 2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1층에는 가공실, 박막실과 함께 펀칭기가 위치해 있었고, 2층에는 시트성형, 시트재단 공정 등이 위치해 있었다. 망인이 사망한 이후 이 사건 사업장의 작업장소 구성이 변경되어 펀칭 공정이 2층으로 이동하였다. 이 사건 작업장은 전체적으로 클린룸으로 이루어져 있고, 펀칭 공정도 별도의 클린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클린룸의 특성상 외부 공기의 유입이 거의 없고 내부 순환식 공조 설비를 갖추고 있으며, 1층과 2층의 공조시스템은 서로 독립되어 있다.
라) 망인은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한 후 1년 동안은 3조 2교대, 그 후 기간은 2조 2교대로 근무하였다. 2조 2교대 근무의 경우 1조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2조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12시간씩 근무하였고, 1주일 단위로 주·야간 교대를 하였다. 망인은 평일에 통상적으로 2.5시간 내외의 연장근무를 하였고, 토요일에도 대부분 10.5시간 근무하였으며, 일요일에도 월 2~3회 10.5시간의 특근을 하였다.
3) 망인의 경력과 건강상태
가) 망인은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하기 전 배우자인 원고와 함께 학원을 운영했던 것 외에는 다른 일을 한 바 없다.
나)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별다른 특이 질병력이 없었고, 기초 질환이나 가족력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음주와 흡연을 거의 하지 않았다.
다) 망인은 2014. 7.경부터 시작된 기침, 전신쇠약, 식욕저하 등의 증상으로 2014. 8.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한 결과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다.
4)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결과
가) 이 사건 사업장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2012. 12. 3. 2012년도 하반기 작업환경측정, 2013. 10. 10. 2013년 하반기 작업환경측정, 2014. 5. 12. 2014년도 상반기 작업환경측정, 2015. 7. 8. 2015년도 상반기 작업환경측정이 실시되었다.
나) 위 각 작업환경측정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세라믹 제품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다음과 같다. 시트성형 공정에서는 톨루엔, 알루미늄 및 그 화합물(피로파우더), 산화규소, 크롬과 그 무기화합물, 산화마그네슘, 이산화티타늄, 탄산칼슘, 폐라이트(산화철, 니켈, 아연, 구리) 등이 배합 원료로 사용되었다. 박막 공정에서는 금속분리 작업에 황산 및 질산이, 세척 작업에 수산화칼륨, 황산, 질산, 불산, 아세톤, 이소프로필알콜이 사용되었다. 가공 공정에서는 세척 작업에 아세톤, 이소프로필알콜이, 마찰열방지에 금속가공유가 사용되었다.
다) 작업환경측정은 위 3개 공정의 작업장소에서 이루어졌는데, 작업환경측정결과 각 유해화학물질의 측정치는 노출기준 이하로 관리되었다. 시트성형 공정의 경우 알루미늄, 산화규소, 산화마그네슘, 크롬 등이 대부분 노출기준 대비 0.3% 이하로 나타났고, 톨루엔은 2.45% 이하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박막실과 가공실의 경우 아세톤과 이소프로필알콜은 노출기준 대비 1/10 이하 수준이었고, 가공실의 금속가공유는 노출기준 대비 1/5 이하 수준이었다.
라) 위 각 작업환경측정결과에 따르면 가공실, 박막실, 시트성형 공정은 클린룸시설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각 시설의 일부 설비에는 외부식 상방향 국소배기설비가 설치되어 가동 중이었다. 각 공정은 별도의 단위 작업장소로 나뉘어져 있으며 동시에 작업이 이루어졌다.
마) 위 각 작업환경측정결과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공정의 각 근무인원은 다음과 같다. 2012년도 하반기에는 가공 공정 3명, 박막 공정 8명, 시트성형 공정 3명, 2013년도 하반기에는 가공 공정 4명, 박막 공정 6명, 시트성형 공정 6명, 2014년도 상반기에는 가공 공정 4명, 박막 공정 5명, 시트성형 중 캐스팅 공정 2명, 2015년도 상반기에는 가공 공정 주간 3명·야간 2명, 박막 공정 주간 3명·야간 3명, 시트성형 중 캐스팅 공정 주간 2명이었다.
바) 한편 2012년도 하반기, 2013년도 하반기 및 2014년도 상반기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는 '펀칭 공정은 상시 근로자가 배정되어 있지 않으며 작업이 있을 시 작업자가 설비 가동시킨 후 점검 작업을 하고 있음. 임시 작업으로 작업환경측정 대상에서 제외하였음.'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5)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역학조사결과
가) 피고는 2015. 12. 24.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를 의뢰하였다(이하 '이 사건 역학조사'라 한다). 이 사건 역학조사의 조사팀은 2016. 3. 8. 이 사건 사업장을 방문하여 공정과 작업내용을 확인하고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하였다.
나) 펀칭 공정 및 이와 비교를 위한 시트성형 공정 중 배합실(ball milling), 탈의실에 관한 작업환경측정결과, 벤젠은 모두 검출되지 않았고, 톨루엔은 펀칭 공정에서 4.89~5.24ppm, 배합실에서 3.91ppm 검출되어 과거 작업환경측정결과에 비해 높게 검출되었으며 탈의실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자일렌(크실렌)은 펀칭 공정에서만 0.21~0.42ppm 검출되었고, 포름알데히드는 펀칭 공정에서만 0.1~0.15ppm 검출되었으며, 탈의실과 배합실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포름알데히드 측정결과는 노출기준 0.3ppm의 30~50%에 해당하였다.
다) 이 사건 역학조사에서는 위 포름알데히드 노출수준 평균값 0.125ppm, 망인의 추정 노동시간 10763시간(1일 10.5시간씩 주 6일, 연 50주 근무, 근무기간 3년 5개월)을 활용하여, 망인의 포름알데히드 누적노출량을 1345.3ppm·시로 추정하였다.
라) 역학조사평가위원회 작업환경평가분과 심의 결과, 펀칭 공정에서 직접 화학물질을 취급하지 않음에도 톨루엔, 자일렌,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된 것으로 보아, 세라믹 그린 시트의 성형 과정이나 펀칭 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하거나, 유기용제를 사용하는 배합실, 박막실, 가공실 등의 인근 작업공정에서 발생한 물질이 공기를 재순환하는 클린룸 설비의 특성상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마) 역학조사평가위원회 업무관련성평가분과 심의 결과, 이 사건 상병과 관련된 작업환경요인으로는 벤젠이 제한적 근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노출수준평가결과 벤젠은 검출되지 않았고 달리 벤젠 노출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망인의 포름알데히드 노출기간이 짧고 포름알데히드와 이 사건 상병의 관련성에 대한 역학적 근거가 부족하므로, 망인의 이 사건 상병은 업무관련성이 낮다고 판단하였다.
6) 망인의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의학적 소견
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보고서(2016. 11. 28.)
○ 이 사건 상병은 비호지킨림프종의 한 종류로, 비호지킨림프종은 림프조직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인 악성 림프종 중 전신적으로 발병하며 예후가 나쁜 질환이다. 2012년 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비호지킨림프종은 우리나라에서 전체 암 발생의 2%를 차지하였고, 인구 10만 명당 조발생률은 9.0건이었다. 남녀 성비는 1.3:1로 남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남녀 합계 연령대별로는 50대가 22.2%로 가장 많고, 70대가 21.1%, 60대가 19.7%의 순이었다.
○ 비호지킨림프종의 위험요인으로는 면역기능 저하와 EBV 바이러스가 잘 알려져 있다. 선천적 면역기능 저하, 후천성 면역결핍증후군(에이즈), 면역억제제 복용, 장기이식, 류머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의 경우 비호지킨림프종의 위험도가 증가한다. 기타 요인으로는 C형간염 바이러스, BCG 예방접종, 수혈, 항경련제나 항암제 등이 있다.
○ 벤젠과 비호지킨림프종의 연관성에 관하여 다수의 연구가 시행되었으나,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는 연구와 보이지 않았다는 연구가 상존하여 논란이 있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벤젠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였으며, 2009년에는 벤젠이 비호지킨림프종에 대한 제한적인 근거를 가진다고 발표하였다. 림프종의 발생기전은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는데, 벤젠이 림프종을 일으킬 수 있는 염색체의 재배열에 영향을 주는 것과 면역감시의 약화로 인한 면역저하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까지 악성림프조혈계질환 50건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였는데 이 중 6건이 비호지킨림프종이고 유해인자는 모두 벤젠이었다.
○ 국제암연구소에서는 포름알데히드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고, 비인두암과 백혈병에 대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으며 비강 및 부비동암에서 제한된 근거를 가지는 것으로 평가하였다. 포름알데히드 산업근로자 코호트 연구 결과 비호지킨림프종 및 백혈병 등 림프조혈기계암과 포름알데히드 누적노출량 또는 최고노출량과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나) E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진료기록감정서(2019. 3. 5.)
○ 비호지킨림프종의 정확한 발병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으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면역억제치료를 받는 장기이식자, 비호지킨림프종의 가족력, 자가면역질환, 제2형 당뇨병, 방사선치료, 항암치료 등이 비호지킨림프종의 발생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 직업 및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벤젠 및 벤젠을 함유한 유기용제에 노출되는 경우 비호지킨림프종의 상대위험도가 1.22배로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으나, 이후의 다른 연구들에서는 모두 관련성을 찾을 수 없다고 하여 논란이 있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벤젠을 비호지킨림프종의 유발 가능성에 제한된 증거가 있는 군으로 분류하였다.
벤젠 노출량과 발병 사이의 용량-반응 관계는 확실하지 않다. 벤젠과 비호지킨림프종 사이에 관계가 있다고 보고된 연구들에서는 노출과 발병 간에 약 5~20년, 평균 10년의 잠재기간을 보인다. 국내에서 비호지킨림프종은 꾸준히 직업성 암으로 승인되고 있는데, 대부분 벤젠 노출에 의한 것이다.
○ 포름알데히드는 인체 발암성과 관련하여 비인두암, 백혈병에 대해 충분한 증거가 있고, 비강암에 대해서는 제한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포름알데히드 노출 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일관되게 비호지킨림프종과의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 톨루엔 및 크실렌은 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기억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으나, 발암성에 대한 근거는 불충분하다.
○ 과로 및 장시간 노동이 비호지킨림프종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근거는 현재까지 인정되지 않고 있다. 야간 교대근무의 경우, 과거 야간 교대근무를 한 적이 있는 사람들에서 비호지킨림프종의 위험이 다소 증가한다는 일부 역학적 연구 보고가 있으나 그렇지 않다는 연구들 역시 혼재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야간 교대근무와 비호지킨림프종의 관계를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
○ 망인이 벤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낮고, 노출되었더라도 노출수준, 노출기간, 잠재기간 등에 비추어 벤젠이 이 사건 상병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크실렌은 비호지킨림프종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부족하다. 비호지킨림프종의 발생률은 50세 이후부터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어, 망인의 진단 당시 연령은 일반적으로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위험도가 높아지는 연령대에 속한다. 의무기록상 망인에게서 비호지킨림프종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특별한 다른 요인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 F병원 혈액종양내과 진료기록감정서(2019. 4. 20.)
○ 망인에 대한 진료기록상 면역억제상태나 특이질환력은 확인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고려할 만한 위험인자는 없다. 망인의 의무기록상 현재까지 이 사건 상병의 발병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부족한 햇빛 노출, HIV 감염, C형간염, 비만, 자가면역질환 등이 확인되지 않는다.
○ 벤젠,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자일렌과 같은 유기용매는 이 사건 상병을 비롯한 비호지킨림프종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와 그렇지 않다는 연구들이 혼재되어 있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현재 벤젠이 다른 화학물에 비해 조금 더 관련성에 대한 근거의 수준이 높다고 해도, 역학조사의 한계상 포름알데히드와 톨루엔, 자일렌 노출이 이 사건 상병에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의 결과를 함부로 무시할 수 없다.
○ 벤젠, 톨루엔 등 유기용매에 복합 노출되는 경우에 개개 화학물의 노출보다 더 발병 위험률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가 있으나, 반드시 복합 노출이 개별 화학물 노출에 비해 발병 위험을 추가 증가시키는지에 대한 해석은 조심스럽고 연구결과가 불충분하다.
○ 15년 이상 장기적인 직무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우 비호지킨림프종 발생과 연관성이 높아졌다는 연구가 있으나, 15년 미만의 기간인 경우에는 발병율과 연관성이 충분히 의미 있지 않다고 보고 있어, 망인의 근무시간이 발병에 연관된 유의한 상황이었다는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라) G단체 사실조회회신(2019. 8. 21.)
○ 이 사건 상병은 비호지킨림프종의 한 종류로 가장 흔한 조직형이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비호지킨림프종 발생과 1,3-부타디엔, 벤젠, 산화에틸렌, 트리클로로에틸렌, 테트라클로로에틸렌, 스티렌, 폴리클로로페놀 등이 연관이 있다고 보고한다. 1,3-부타디엔은 역학적 근거가 충분하지만, 벤젠과 산화에틸렌은 역학적 근거가 제한적이고, 그 외 물질들은 연관성이 보고되나 아직 발암성은 불확실하다.
○ 위와 같은 유기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경우 림프종이 유발될 확률이 증가하는데, 물질에 따라 발생 위험도가 다르나 대략 1~3배 정도로 위험이 증가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비호지킨림프종 발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복수의 화학물질에 노출된다면 단독노출에 비해 림프종이 유발 또는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7) 관련자료 미제출 내역
이 법원은 2019. 7. 18. 이 사건 회사에 '이 사건 세라믹 제품 생산공정 설비 및 구조 관련자료, 생산공정에 사용된 펀칭 기기 모델명 및 시간당 작업량 관련자료, 이 사건 세라믹 제품 생산량 관련 자료, 망인·상급자·생산공정 최종 관리자가 작성한 근무일지, 생산공정 근로자들의 명단 및 업무분장 관련자료, 화학물질관리대장'에 관한 문서송부촉탁을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회사는 2019. 12. 10. '본점 소재지 이전, 대표이사 변경, 담당 직원 퇴사 등의 사정으로 촉탁한 문서를 찾을 수 없다.'라는 취지의 회신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내지 9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이 법원의 E병원장, F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이 법원의 G단체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관련 법리
가)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상의 위험을 사업주나 근로자 어느 일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적(公的) 보험을 통해서 산업과 사회 전체가 이를 분담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이 제도는 간접적으로 근로자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개선되도록 하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궁극적으로 경제 · 산업 발전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여 안정적으로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는 산업재해 발생의 원인이 어느 정도 규명되어 있다. 그러나 첨단산업분야에서는 작업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이른바 '직업병'에 대한 경험적 · 이론적 연구결과가 없거나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첨단산업은 발전속도가 매우 빨라 작업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빈번히 바뀌고 화학물질 그 자체나 작업방식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우 산업재해의 존부와 발생원인을 사후적으로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사업장이 개별적인 화학물질의 사용에 관한 법령상 기준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작업현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화학물질에서 유해한 부산물이 나오고 근로자가 이러한 화학물질 등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어 원인이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은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데, 이러한 위험을 미리 방지할 정도로 법령상 규제 기준이 마련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첨단산업분야의 경우 수많은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대책이나 교육 역시 불충분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사회보장제도로 사회적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대한 보호를 강화함과 동시에 규범적 차원에서 당사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나)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는 무과실 책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기업 등 사업자의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산업재해에 대한 보상을 하되, 사회 전체가 비용을 분담하도록 한다. 산업사회가 원활하게 유지 · 발전하도록 하는 윤활유와 같은 이러한 기능은 첨단산업분야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첨단산업은 불확실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칠 수도 있는데, 그러한 위험을 대비하는 보험은 근로자의 희생을 보상하면서도 첨단산업의 발전을 장려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이해관계 조정 등의 필요성과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적 기능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지급 여부에 결정적인 요건으로 작용하는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규범적으로 조화롭게 반영되어야 한다.
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질병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근로자 측에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적 ·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산업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근로자의 취업 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이 될 만한 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 근무한 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인 추론을 통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회 평균인이 아니라 질병이 생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라) 위에서 보았듯이 첨단산업분야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 특히, 희귀질환의 평균 유병률이나 연령별 평균 유병률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 군(群)이나 특정 사업장에서 그 질환의 발병률 또는 일정 연령대의 발병률이 높거나, 사업주의 협조 거부 또는 관련 행정청의 조사거부나 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 나아가 작업환경에 여러 유해물질이나 유해요소가 존재하는 경우 개별 유해요인들이 특정질환의 발병이나 악화에 복합적 · 누적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고, 이 사건 상병의 악화로 인하여 사망에 이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가) 망인은 이 사건 세라믹 제품 제조공정 중 펀칭 공정에서 근무하였는데, 이는 시트성형 공정 이후 단계에서 제품에 홀을 가공하는 작업이므로 시트성형 공정에서 사용하거나 발생한 유해물질이 작업 과정에서 펀칭 공정 근무자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펀칭 공정에서 접착식 끈끈이 롤러를 사용하여 이물질 제거작업을 하였는데 롤러에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아가 펀칭공정 외에 각 공정의 작업 장소들은 층별로 하나의 공조시스템을 사용하였고 내부적으로 공기를 재순환하는 클린룸 설비의 특성상 다른 작업 장소에서 발생한 유해물질에 함께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 사건 역학조사에서는 펀칭 공정에서 직접 사용하지 않는 톨루엔이 배합실보다 높은 수치로 검출되었고, 배합실에서는 검출되지 않은 자일렌과 포름알데히드도 펀칭 공정에서 검출되었다. 포름알데히드 측정결과는 노출기준의 30~50%에 해당하여 그 노출수준도 결코 낮다고 보기 어렵다.
나) 그런데 망인이 근무할 당시 펀칭 공정은 이 사건 작업장 1층에 위치해 있었고 펀칭 공정 근처에는 가공실과 박막실이 위치해 있었다. 따라서 망인이 만약 공조시스템을 통해 다른 공정의 유해물질에 노출되었다면 그 대상은 가공실과 박막실에서 진행되는 공정일 것이고, 가공실과 박막실에서는 아세톤, 이소프로필알콜, 금속가공유, 황산 등 다수의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된 바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 역학조사에서는 이와 같이 작업 장소의 변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층에 위치한 가공실과 박막실에 대해서는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대한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역학조사에서 측정된 결과만으로는 망인이 이 사건 작업장에서 벤젠에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없다거나, 포름알데히드 및 톨루엔, 자일렌에 대한 노출이 측정된 수준에 국한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해 2012년도 하반기부터 2015년도 상반기까지 실시된 작업환경측정에서는, 펀칭 공정이 임시 작업이어서 상시적으로 근무하는 근로자가 배치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해당 공정에 대한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하지 않았다. 망인이 2교대 근무에 더하여 연장근무와 주말 특근으로 주 6일 이상 하루 10.5시간 내외의 근무를 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임시 작업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설비를 가동하는 펀칭 공정 외에 다른 공정에서도 상당 시간 근무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망인은 다른 종류의 유해물질이나 더 많은 양의 유해물질에 노출되었을 수도 있다. 이와 달리 만약 망인이 펀칭 공정에서만 근무하였다면, 이 사건 회사가 작업환경측정 당시 공정에 관하여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펀칭 공정에 대한 작업환경측정이나 망인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근로자에 대한 위해요소가 있는지 여부를 점검할 기회가 상실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회사에서는 망인의 근무 공정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 사건 세라믹 제품 제조공정의 업무분장이나 펀칭 공정의 작업량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2012년도 하반기부터 2015년도 상반기z가지 실시된 작업환경측정에서는 이 사건 사업장 전체에 대하여 벤젠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포름알데히드에 대한 측정은 실시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역학조사 전 실시되었던 각 작업환경측정결과를 고려하더라도, 원고가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 근무하면서 노출된 유해화학물질의 종류나 노출 정도를 구체적·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라) 이 사건 역학조사에 의하면 펀칭 공정에서 톨루엔, 자일렌(크실렌)이 검출되었는바, 이는 모두 벤젠의 수소원자가 메틸기로 치환된 방향족 탄화수소이다. 이러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비호지킨림프종을 유발하는지에 대하여 의학적 연구가 부족하여 역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 법적 · 규범적 인과관계가 쉽사리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비호지킨림프종은 림프조혈기계암에 해당하는데, 같은 림프조혈기계암인 백혈병에 대하여 국제암연구소에서는 포름알데히드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점에 비추어 포름알데히드가 비호지킨림프종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마) 이 사건 역학조사와 2012년도 하반기부터 2015년도 상반기까지 실시된 각 작업환경측정결과에서 측정된 유해화학물질 수치는 작업환경노출 허용기준 범위 안에 있었다. 그러나 작업환경노출 허용기준은 단일물질에 노출됨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여러 유해화학물질에 복합적으로 노출되거나 주 · 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작업환경의 유해요소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 유해요소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질병 발생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는 다수의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되거나 발생한 바 있고 망인이 이에 복합적으로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약 3년 5개월 근무하는 동안 계속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1일 최대 14.5시간의 근무를 지속하였으므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된 기간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기에 지나치게 짧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망인은 근무 당시 유해화학물질 노출을 차단할 수 있는 개인보호구가 지급되지 않아 이를 착용하지 않았으므로 보호구를 착용한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그 노출수준이 높았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측정된 유해화학물질 수치가 노출기준에 미달한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유해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바) 면역기능 저하는 비호지킨림프종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는바, 망인이 주 6일 이상 하루 10.5시간 내외의 근무를 하였다는 점에서 망인에게 과로가 누적되었다고 보이고, 이러한 과로가 면역기능 저하를 초래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 이 사건 상병이 속하는 비호지킨림프종은 10만 명당 9건의 조발생률을 보이는 흔치 않은 질병이다. 비록 이 사건 상병 진단 당시 망인이 만 51세로 비호지킨림프종의 발병률이 높은 50대의 연령대에 속하기는 하였으나, 망인은 이 사건 상병 진단전 비호지킨림프종의 주요 위험요인인 자가면역질환이나 각종 바이러스, 제2형 당뇨병, 비만 등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별다른 기초질환이나 치료내역, 비호지킨림프종 관련 가족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 근무 전에는 학원을 운영하여 화학물질 취급과 관련 없는 업종에 종사하였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유환우
판사 박남진
판사 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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