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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재해방지의무는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되는지 여부
사건번호 : 대법원 2016도14559
선고일자 : 2020-04-09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에 대한 무죄 부분 및 피고인 주식회사 C, 주식회사 D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의 전체적인 체계 등에 비추어 볼 때, 법 제24조 제1항의 '사업주'는 '사업장을 직접 지배 · 관리하면서 운영하는 사업주', 즉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하며, 작업환경과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 한한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주식회사 C(이하 '피고인 C'라고 한다), 피고인 주식회사 D(이하 '피고인 D'이라고 하고, 피고인 C, 피고인 D을 통틀어 '피고인 회사들'이라고 한다)은 위와 같은 '사업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가. 피고인 C는 E 주식회사(이하 'E'라고 한다)와의 계약관계에 따라 E 파주공장에 공급한 장비를 유지 · 보수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이른바 협력업체이고, 피고인 D은 E와 직접적인 계약관계는 없고 피고인 C와의 계약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여 이를 피고인 C에 납품하고 위 제품의 유지보수를 위하여 피고인 C의 요청이 있을 경우 피고인 C의 직원들과 함께 위 파주공장에 들어가 작업을 하는 업체였다.
나. 위 파주공장에는 약 300개 이상의 협력업체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었는데, 피고인 A은 피고인 C의 파주CS지원팀장, 피고인 B은 피고인 D의 대표이사로서 피고인 회사들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다. 피고인 C의 사무실은 위 파주공장 중 F 공장 바깥에 위치하고 있는데, 피고인 C 근로자들은 평소 위 사무실에 머무르다가 E의 작업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위 F 공장 안으로 들어갔고, 피고인 D은 위 파주공장에 따로 사무실이 없었다.
라. 피고인 회사들의 직원들은 E로부터 안전작업 허가요청서 등을 통하여 승인을 받은 작업을 하기 위해 승인된 인원에 한하여 위 F 공장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 경우 해당 작업자들은 E가 교부하는 출입카드를 소지하여야만 위 F 공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 E는 위 F 공장 내부에서는 휴대폰의 카메라, 블루투스 기능 등이 모두 정지되도록 하는 등 위 F 공장 내부를 자체 보안시설로서 관리 · 통제하고 있었다.
바. 위 작업자들은 위 F 공장 2층 출입구를 통하여 Clean Room 안으로 들어가 E가 제공하는 방진복, 장갑, 마스크, 안전화를 착용하고 각자 작업을 할 라인으로 갔다. 사. 위 작업자들이 위 공장 9층에 도착하면 E 생산팀에서 작업허가서에 기재된 인원과 실제 작업을 하러 온 인원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C 등 협력업체 직원들은 E에서 요구하는 보안서약서를 작성하였다.
아. 이후 위 작업자들은 E의 장비반에서 작업의 내용을 확인한 후에 해당 작업장으로 가 작업을 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법 제2조 제3호는 이 법에서 사용되는 '사업주'를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고, 법 제3조 제1항은 이 법이 모든 사업 및 사업장에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법 제24조 제1항 제1호는 사업주가 사업을 할 때 원재료 · 가스 ·증기 · 분진 · 흄(fume) · 미스트(mist) · 산소결핍 · 병원체 등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 제24조 제2항의 위임을 받은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7. 3. 3. 고용노동부령 제1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규칙'이라 한다) 제619조 내지 제626조는 사업주가 밀폐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취하여야 할 조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된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도3700 판결, 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4도126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작업자들 중, G, H는 피고인 C의 소속 근로자이고, I은 피고인 D의 소속 근로자로서 위 작업자들과 피고인 회사들 사이의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되는 이상, 이들을 사용하여 사업을 행한 피고인 회사들은 법 제24조 제1항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한다.
나. 한편,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그 작업장을 사업주가 직접 관리 · 통제하고 있지 아니한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의 재해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장이 밀폐공간이어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다면 사업주는 당해 근로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 제2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법 제24조 제1항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타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보건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위 규정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 제66조의2, 제24조 제1항의 위반죄가 성립한다.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작업자들은 법 제24조 제1항에 따른 보건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음을 알 수 있고, 앞서 본 제1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회사들이 소속 근로자들로 하여금 이 사건 4번 체임버 내에서 유지 · 보수하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였는데, 이 때 소속 근로자들이 E의 파주공장 내에 진입한 이후에는 현실적으로 그들의 작업에 직접적으로 관리 · 감독을 하는 등으로 관여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사업주인 피고인 회사들이 법 제24조 제1항에 따른 보건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적시된 산소농도 측정(규칙 제619조 제1호), 송기마스크 비치(규칙 제619조 제3호) 등의 조치는 피고인 회사들이 위 파주공장 내 밀폐된 작업장을 직접 관리 · 통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 A은 피고인 C의 파주CS지원팀장이고, 피고인 B은 피고인 D의 대표이사이므로, 위 피고인들이 피고인 회사들의 업무에 관하여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E의 작업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보건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법 제24조 제1항을 위반하여 법 제71조, 제66조의2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는지 심리 ·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사항을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피고인 회사들이 법 제24조 제1항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에게 법 제24조 제1항의 조치 의무가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법 제24조 제1항의 사업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A, B에 대한 무죄 부분 및 피고인 주식회사 C, 주식회사 D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박상옥
주심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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