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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로 입사한 자에 대하여 인사관리규정에서 정한 '부정한 행위를 한 자'로 면직할 수 있는지 또는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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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채용비리로 입사한 자에 대하여 인사관리규정에서 정한 '부정한 행위를 한 자'로 면직할 수 있는지 또는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 사례


사건번호 : 서울고등법원 2019나2029554
선고일자 : 2020-03-31


주 문

1. 당심에서 추가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 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가.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18. 7. 20.자 면직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나. 피고는 원고에게 24,483,300원을 지급하라.

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 중 60%는 원고가, 40%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3. 제1의 나.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주문 제1의 가.항과 같다. 피고는 원고에게 73,390,500원 및 2020. 1. 1.부터 원고의 복직일까지 월 4,413,300원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당심에서 금전지급청구를 추가하였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위원회법’이라 한다) 제24조에 기하여 금융위원회의 지도·감독을 받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특수법인이고, 원고는 2016년 신입직원 채용절차를 거쳐 피고의 직원으로 근무하였다.

나. 피고는 2018. 7. 20. 원고에 대하여 징계절차를 거쳐 “원고는 피고의 채용 담당직원인 B이 채용 예정인원을 부당하게 변경함으로써 부정합격하였다. 이는 인사관리규정 제41조 제1호·제3호·제4호에 따른 징계대상에 해당한다.”라는 이유로 면직처분(이하 ‘이 사건 면직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피고의 인사관리규정(이하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이라 한다) 및 원고가 입사 당시 제출한 서약서 중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라. 한편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부패방지권익위법’이라 한다) 제2조 3호 나.목과 제82조 제1, 2항에 의하면, 피고의 직원 중 “재직 중 직무와 관련된 부패행위로 당연퇴직, 파면 또는 해임된 자”의 경우 그 퇴직일로부터 5년 동안 공공기관을 비롯한 일정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피고는 이 사건 해고 당시 원고에게 위 취업제한제도가 원고에 대하여 적용된다고 안내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2, 12호증, 을 제3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면직처분 무효확인청구에 대하여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고

피고의 직원 B은 원고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하지 않았다. 설령 B이 어떠한 부정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 제41조 제1항 제1, 3, 4호는 부정행위, 서약서 위반행위, 명예훼손행위를 실제로 한 ‘행위자’에 대하여 적용되는데, 원고 자신은 어떠한 부정행위도 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에 대하여는 위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면직처분은 징계사유가 없어 무효이다.

2) 피고

가) B이 원고를 위하여 채용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한 이상, 원고 역시 B의 부정행위에 연루되어 이익을 본 사람으로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 제41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해당한다. 또한 B이 원고를 위하여 한 부정행위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었던 이상, 원고에 대하여는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 제41조 제1항 제3, 4호에서 정한 징계사유도 존재한다.

나) 설령 이 사건 면직처분의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원·피고의 근로계약은 B의 위 부정행위로 인하여 체결된 것으로 무효이거나 적어도 취소사유가 있는데, 피고는 그 무효를 확인하거나 취소 의사를 표시하면서 징계절차를 준용하여 이 사건 면직처분을 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 면직처분은 무효의 통지 내지 취소의 의사표시로 유효하다.

나. 판단

1) 이 사건 면직처분의 징계사유가 인정되는지에 대하여

가)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그 근로자의 복무규율이나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립하기 위하여 작성한 것으로 노사 간의 집단적인 법률관계를 규정하는 법규범의 성격을 가진다. 이러한 취업규칙의 성격에 비추어 취업규칙은 원칙적으로 그 객관적인 의미에 따라 해석하여야 하고, 문언의 객관적 의미를 벗어나는 해석은 신중하고 엄격하여야 한다(대법원 2003. 3. 14. 선고 2002다69631 판결 등 참조). 또한 사용자가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징계사유의 내용은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며, 사회통념상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여서도 아니된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두4672 판결 등 참조).

나) 살피건대,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 제41조 제1항은 부정행위, 명예훼손행위 등의 “행위를 한 자”를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문언은 객관적으로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행위자”를 징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더하여 ① 징계는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기업질서 위반 행위에 대하여 불이익을 가하는 제재인 점, ② 징계는 근로계약의 취소·해지 등 민법상 조치와는 질적으로 다른 질서벌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점, ③ 더욱이 피고가 직무와 관련된 부정·부패행위를 사유로 징계해임처분을 할 경우 해당 근로자는 부패방지권익위법에 따라 취업제한이라는 중대한 법률상 불이익까지 받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 제41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징계사유는 해당 근로자가 부정행위 등의 비위행위를 직접 하거나 이를 교사·방조하는 등 해당 근로자 자신이 비위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엄격하게 해석함이 상당하다. 만약 이와 달리 해당 근로자 자신이 비위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없음에도, 다른 사람의 비위행위로 인한 이익이 해당 근로자에게 귀속되었다는 결과를 들어,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계약의 취소 내지 부당이득 반환 등 민법상 조치를 통하여 취득한 이익을 박탈하는 것을 넘어 질서벌로서의 제재인 징계처분까지 가한다면, 이는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정당한 이유가 없어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위배되거나 사회통념상 징계사유로서의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대학교의 신입생 모집요강에서 “지원자격 미달자 및 제출서류의 허위 기재, 변조, 기타 부정행위자’를 불합격처리 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던 사안에서, 응시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른 사람이 응시자를 위하여 부정행위를 한 경우 그 이익을 받게 될 응시자도 위 규정상 불합격처리 대상자인 ‘기타 부정행위자’에 해당된다고 본 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6다23817 판결에 비추어,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 제41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부정행위로 이익을 본 원고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학의 불합격처리는 질서벌로서의 징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이는 계약의 취소 또는 징계에 의하지 않고 신분을 종국적으로 상실시키는 직권면직처분에 가까워 보인다. 따라서 위 판결의 사안은 이 사건과 다르고,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비록 아래 3항에서 보는 것과 같이 피고의 직원 B이 원고를 합격시키기 위하여 채용예정인원 및 필기전형 합격인원을 변경하는 부정행위를 하였고, 그러한 부정행위로 원고가 채용시험에 합격하는 이익을 취득한 사실, 원고의 아버지 C이 D금융지주회장 E에게 원고가 피고에 지원한 사실을 알린 후에 B이 위 부정행위로 나아간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고가 그 아버지 C이 E에게 지원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조차 관여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위 인정사실 및 그 밖에 피고 제출의 증거만으로는 원고 자신이 부정행위, 서약서 위반행위, 피고에 대한 명예훼손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면직처분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무효이다.

2) 이 사건 면직처분이 근로계약의 무효 통지 또는 취소 의사표시로 유효한지에 대하여

가) 먼저 아래 3의 다.항에서 보는 것과 같이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은 무효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면직처분이 근로계약의 무효 통지로 유효하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다음으로 피고가 징계절차를 거쳐 징계해고의 형식으로 이 사건 면직처분을 하였고, 그 근거로도 원고가 이 사건 인사관리규정 제41조 제1항 제1, 3, 4호에서 정한 징계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힌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면직처분은 징계해고에 해당할 뿐, 이를 통하여 피고가 원고에게 착오를 사유로 한 근로계약 취소의 의사까지 아울러 표시하였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3. 2. 9. 선고 92다4563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나아가 설령 이와 달리 피고가 이 사건 면직처분을 통하여 근로계약 취소의 의사까지 아울러 표시하였다고 본다 하더라도, 이 사건 면직처분과 근로계약 취소의 의사표시는 병존할 뿐, 이 사건 면직처분을 오로지 근로계약 취소의 의사표시로만 볼 수 없으며, 징계해고로서의 이 사건 면직처분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설령 피고가 이 사건 면직처분을 통하여 취소의 의사표시를 함께 표시하였다 하더라도, 그에 따라 근로계약의 종료 시기에 변동이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징계해고로서의 이 사건 면직처분 자체가 무효임은 마찬가지이다. 피고의 위 주장은 이러한 이유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확인의 이익 및 소결론

이 사건 면직처분은 위와 같이 무효이다. 그럼에도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고, 나아가 비록 아래 3의 마.항과 같이 원·피고의 근로관계는 2019. 1. 24. 종료되었으나, 앞서 본 것과 같이 ①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재직 중 직무와 관련된 부패행위로 당연퇴직, 파면 또는 해임된 자”에 대하여 취업제한제도를 두고 있는 점, ② 피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 당시 원고에게 위 취업제한제도의 적용을 받는다고 안내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면직처분으로 인하여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는 적어도 외형상으로나마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이 사건 면직처분에 대하여 무효 확인판결을 받는 것은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401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원고는 여전히 이 사건 면직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3. 미지급 임금청구에 대하여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이 사건 면직처분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면직처분일로부터 원고의 복직일까지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

가) 원고의 아버지 C이 E을 통하여 부정청탁 등 부정행위를 하는 바람에, 피고는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렇다면 원·피고의 근로계약은 법률행위에 조건이나 금전적 대가가 결부된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이므로, 피고는 애초부터 원고에 대하여 임금지급의무가 없다.

나) 또는 피고는, 원고가 C과 E이 부당한 영향력을 끼친 관계로 필기 전형을 부정하게 통과하였음을 모른 채 공정한 채용절차를 통하여 합격한 것으로 착오하여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따라서 원고와의 근로계약에는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으므로, 피고는 이를 취소할 수 있다. 피고가 이 사건 면직처분 또는 2019. 1. 23.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취소 의사를 표시함에 따라, 원고와의 근로계약은 취소되어 소급하여 무효가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처음부터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거나, 또는 적어도 취소 의사를 표시한 이후 기간에 대하여는 임금 지급의무가 없다.

나. 인정사실

1) 피고는 2015. 9. 7.경 전결권자인 수석부원장 F의 결재로 “2016년도 신입직원 채용계획”(이하 ‘이 사건 최초계획’이라 한다)을 수립하였다. 이에 따르면 전체 채용규 모는 '70명 내외' 즉, 정·현원차인 최소 65명(= 5급 일반직 48명 + 6급 특성화고 졸업 예정자 5명 + 경력직 12명)에서 2016년도 임금피크제 실시로 인한 별도 정원을 인정받을 경우 최대 73명(= 5급 일반직 55명 + 6급 특성화고 졸업예정자 5명 + 경력직 13명)으로 하되, 5급 일반직은 7개 분야에서 총 48~55명(원고가 지원한 경제학 분야는 7~9명)을 선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이 사건 최초계획에 따르면, 채용절차는 '서류전형→필기시험(전공·논술)→제1, 2차 면접'을 거쳐 단계별로 진행하되, 서류전형에서 채용예정인원의 25배수(약 1,500명)를, 필기시험에서 채용예정인원의 2배수 내외를 각 선발하도록 되어 있다.

2) 피고는 2015. 9. 10.경 “2016년도 신입직원 채용계획”에 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를 공고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신규인력을 총 70명 내외로 선발하되, 5급 일반 직을 55명 내외, 전문직을 10명 내외, 특성화고 졸업자 5명을 따로 채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만 각 분야별 채용예정인원은 구체적 인원수를 밝히지 않은 채 경영학, IT 각 ○○명, 나머지 분야 ○명으로만 기재되어 있다.

3) 피고의 총무국장 B은 2015. 9. 24.경 전결권자로서 “2016년도 신입직원 채용을 위한 서류전형 실시(신입직원 지원 현황 및 서류전형 계획안)”(이하 ‘이 사건 서류 전형계획’이라 한다)에 결재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5급 일반직 채용예정인원은 총 53명(원고가 지원한 경제학의 경우 11명, 나머지 경영학, 법학, IT, 통계학, 금융공학, 소비자학 분야별로 각각 17명, 9명, 10명, 3명, 2명, 1명)이었다.

4) 총무국장 B의 중간 결재를 거쳐, 피고의 수석부원장 F은 전결권자로서 2015. 10. 8.경 “2016년도 신입직원 채용 서류전형 결과 보고 및 필기전형 실시(신입직원 서류전형 결과 및 필기전형 계획)”(이하 ‘이 사건 필기전형계획’이라 한다)를 수립하였다. 이에 따르면 5급 일반직은 이 사건 서류전형계획과 같이 총 53명(경제학 등 분야별 인원수도 동일)을 채용한다고 되어 있다.

5) 원고가 2015. 10. 24.경 필기시험을 마친 뒤, G은행 부행장을 역임한 원고의 아버지 C은 피고의 수석부원장과 G은행장을 역임한 D금융지주회장 E에게 원고가 피고에 지원한 사실을 알렸고, E은 B에게 전화를 걸어 원고의 필기시험 합격 여부를 물었다.

6) B은 2015. 11. 3.경 총무과 인사팀 실무자인 H에게 원고의 필기시험 합격 여부를 문의하였는데, H으로부터 원고는 경제학 분야 필기시험 결과 23등으로 이 사건 필기전형계획에서 정한 경제학 분야 합격예정인원인 22명(=채용예정인원 11명 × 2배) 안에 들지 못하여 불합격하였다는 답변을 들었다.

7) B은 2015. 11. 5.경 총무국장실에 인사팀장 I 등 인사팀 직원들을 불러 피고의 채용여력, 정원 증원 신청 상황과 예측 결과,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별도 정원 인정 가능성 등에 관하여 질문하였다. B은 그들의 의견을 들은 후 5급 채용예정인원을 이 사건 필기전형계획에서 정한 53명에서 56명으로 3명을 증원하고 그 중 1명을 원고가 응시한 경제학 분야에 배정하는 내용으로 필기전형 합격자 결정서 초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I 등 인사팀은 5급 채용예정인원을 56명으로 증원하여 원고를 합격자로 포함하는 내용의 필기전형 합격자 결정서 초안을 작성하였다.

8) B은 2015. 11. 6.경 아래와 같이 채용여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를 들어 채용예정인원을 이 사건 최초계획상 최대채용가능인원인 73명(그 중 5급 채용예정인원은 56명)으로 가정하여 필기전형 합격자를 선발하고, 이에 따라 원고가 필기 전형 합격자에 포함되는 내용의 “2016년도 신입직원 채용 필기전형 합격자 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 문서에 중간 결재한 후, 그에 대하여 전결권자인 수석부원장 F의 결재를 받았다.


9) 피고는 2015. 12. 7.경부터 같은 달 9.경까지 원고를 비롯한 필기전형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제1차 면접 및 수석부원장 F, 인사담당 부원장보 J, 업무총괄 부원장보 K와 B이 면접위원으로 참석한 제2차 면접을 거쳤다. 그런데 피고의 정원은 2015년 12월경까지 증원되지 않았고, 수석부원장 F은 IT 분야 응시자들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부위원장보 J의 제안을 듣고 면접위원들의 합의를 거쳐 IT 분야 채용예정인원을 3명 줄이되, 정원이 증원되지 않은 관계로 5급 채용예정인원을 당초와 같은 총 53명으로 환원하기로 결정하였다. 원고는 제2차 면접위원의 합의를 거쳐 2015. 12. 11. 최종합격자로 결정되었다.

[증거] 갑 제5, 15 내지 35호증, 을 제1 내지 5, 8 내지 10, 17, 18, 22 내지 3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이 무효인지

위 인정사실 및 그 밖에 피고 제출의 증거만으로는, 원고를 채용함에 있어 부정한 조건이나 이익 등이 결부되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라.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에 취소사유가 있는지

1)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지

살피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과 각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종합해 보면, B이 2015. 11. 6.경 원고의 합격을 위하여 채용예정인원 및 필기전형 합격인원을 증원시키는 내용의 이 사건 결정을 주도·추진한 것은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해하는 부정행위에 해당하고, B을 제외한 제1, 2차 면접위원들과 피고의 전결권자인 수석부원장은 위와 같은 부정행위로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되었 음을 알지 못한 채 원고가 정당하게 필기전형을 합격하였다고 착오에 빠져 원고를 최종합격자로 결정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피고가 원고를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므로, 이는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하여 피고는 위 착오를 이유로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가) 원고는, B이 2015. 11. 6.경 채용예정인원이 확정되어 있지 않던 상태에서 채용 여력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 하에 청년고용을 활성화하라는 정부 시책에 맞추어 채용예정인원 및 필기전형 합격자 인원을 증원하는 이 사건 결정을 추진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 이유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B은 원고의 합격을 위하여 이 사건 결정을 추진·주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피고가 2015. 9. 7.경 이 사건 최초계획을 수립할 당시까지 채용예정인원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채 범위(5급 일반직 48~55명)로만 정해진 상태였기는 하다. 그러나 이 사건 최초계획에 의하더라도, 서류전형에서 채용예정인원의 25배수, 필기전형에서 채용예정인원의 2배수 내외를 합격자로 선정하기로 되어 있었으므로(실제로도 그와 같이 진행되었다), 피고는 서류전형 내지 늦어도 필기전형 이전에 단계별 합격자 선정의 기준이 되는 채용예정인원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늦어도 피고는 2015. 10. 8.경 이 사건 필기전형계획을 통하여 이 사건 최초계획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채용예정인원을 5급 일반직의 경우 53명으로 일응 결정하였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피고의 인사팀 실무직원 L과 H은 이 사건 결정 전날인 2015. 11. 5. 11:45경까지도 5급 일반직 채용예정인원이 53명이라는 전제 하에 원고를 불합격자로 분류하는 엑셀파일을 작성하기까지 하였는데, 이 역시 이 사건 필기전형계획에서 정한 바에 따라 채용예정인원이 53명으로 일응 결정되었음을 전제로 한 것이다.

② 물론 피고 내지 전결권자인 수석부원장은 이 사건 필기전형계획에서 결정한 채용예정인원을 합리적 사유가 있을 경우 변경할 수 있고, 총무국장이었던 B도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경우 채용예정인원의 변경을 추진·제안할 수는 있다. 그러나 ㉮ B은 수석부원장 F에게 채용 여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하였고, 이에 따라 F은 이 사건 최초계획에서 정한 최대채용가능인원 73명(그 중 5급 채용예정인원은 56명) 모두를 채용함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결정을 결재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금융 위원회법 제45조에 따라 정원의 증가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에 따라 이 사건 최초계획에 의하더라도 “2016년도 임금피크제 실시로 (금융위원회로부터) 별도 정원을 인정받을 경우” 비로소 최대채용인원인 73명을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피고는 2015년 9월경 이미 금융위원회로부터 피고와 노동조합 사이의 2015. 8. 31.자 임금피크제에 관한 합의안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통보받았으므로, 임금피크제를 사유로 별도 정원을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B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을 제17호증 제11, 12쪽 참조). 이에 따라 B도 별도 정원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전제 하에 이 사건 최초계획에서 정한 최대고용예정인원 73명에 미치지 못하는 70명(그 중 5급 채용예정인원 53명)만을 채용예정인원으로 하는 이 사건 서류전형계획을 전결로 결재하고, 같은 내용으로 2015. 10. 8.경 이 사건 필기전형계획을 수립해 F의 결재를 받았다고 보인다. ㉯ 2015. 10. 8.경 이 사건 필기전형계획이 수립된 이후 2015. 11. 5.경까지, 정원이 증원되리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만한 사정 변동이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피고는 2015년 10월 말경 금융위원회에 정원 증가를 전제로 예산승인요청을 하였으나, 구체적인 답변도 듣지 못한 상황이었다), B이 이 사건 필기전형계획과 달리 채용예정인원을 증원하는 방안에 관하여 검토하였다는 점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도 없다. ㉰ 오히려 B은 원고의 불합격을 확인한 후 이 사건 결정 전날인 2015. 11. 5. 사전 공지 없이 인사팀 회의를 소집하여 실무자들에게 채용예정인원 3명을 증원하는 내용의 이 사건 결정을 수립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를 통하여 2015. 11. 5. 오전까지도 필기전형 불합격자로 분류되었던 원고가 필기전형을 통과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필기시험이 끝난 후 합격자 발표 전날에야 그 합격인원을 변경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 B은 채용절차 진행 중이던 2015. 12. 1. F으로부터 어떤 응시자의 합격 여부를 문의받고 F에게 "수석부원장님, 저희가 다시 한 번 살펴보았는데.. 1. 필기시험이 합격자 중 하위 20%권이고, 2. 면접시험 성적도 상당히 저조합니다. 경영학의 경우 관여한 면접관이 총 9명인데.. (중략) .. 9명의 합의로써 이루어진 결정이기 때문에 번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3. 그래도 합격선에 근접한 탈락자라면.. 2차 면접 진출자를 늘려 융통성을 발휘해 볼 수도 있겠는데.. 탈락자 그룹 끝자락에서 구제하는 것은 어렵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답글을 보내기도 하였다(B은 그 중 3.항을 삭제한 채 감사관에게 제출했다가 나중에 수사절차에서 발각되었다).

위 각 사정을 고려할 때, B이 이 사건 결정을 추진·주도한 것은 채용 여력이 증가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예상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원고를 합격시키기 위함이라고 할 것이다.

나) 피고가 직원 채용 과정에서 서류전형, 필기시험, 제1, 2차 면접시험을 순차적으로 실시한 것은, 각 단계별로 공정한 절차를 거쳐 능력을 실증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B이 특정인인 원고를 합격시키기 위하여 채용예정인원 및 그에 따른 필기전형합격인원을 증원하는 내용의 이 사건 결정을 추진한 것은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해하는 행 위에 해당한다.

다) B은 원고를 합격시키기 위하여 이 사건 결정을 추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석부원장 F에게는 그러한 사정을 숨긴 채 채용 여력의 증가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결정을 추진하는 것처럼 거짓으로 밝혔고, 이에 따라 F은 실제로는 이 사건 결정이 원고를 합격시키기 위한 것으로 그로 인하여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된다는 사정을 모른 채 채용예정인원을 증원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착오를 일으켜 원고를 필기 전형 합격자로 선정하는 이 사건 결정을 하였다. 이에 따라 B을 제외한 나머지 제1, 2차 면접위원들도 원고가 공정한 절차를 거쳐 필기전형에 합격하여 면접시험에 응시할 정당한 자격이 있다고 착오하여 원고를 최종합격자로 선발하였다. 나아가 원·피고는 원고가 공정한 채용절차를 거쳐 최종합격자로 선발되었음을 전제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상, 그와 같은 채용절차의 공정성 여부는 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그에 대한 착오를 사유로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2) 피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가) 원고는, ① 피고의 정원은 금융위원회법 제45조 제1항에 따라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결정하게 되어 있으므로, 피고의 채용업무 담당 전결권자인 수석부원장 F에게는 채용예정인원을 결정함에 있어 금융위원회법 제45조 제1항을 위반하여 정 원을 초과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의무가 있는 점, ② 원고는 B이 부정행위를 하였음을 몰랐으므로, 피고의 착오가 원고의 책임영역에서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의 착오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므로 그 착오를 이유로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살피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과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 즉 B은 피고의 1급 고위직 직원으로서 신규직원 채용에 관한 실무를 총괄적으로 담당하여 왔고, 이 사건 결정을 함에서도 형식적으로나마 인사팀 담당자들의 의견청취 절차를 거쳤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의 수석부원장 F이 B 등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정원의 증원이 가능한지 여부 등에 대하여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이 사건 결정을 하였다는 사정을 들어 피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 또한 불공정한 채용절차의 발단은 금융계 고위인사인 원고의 아버지 C이 피고의 전직 수석부원장 E에게 원고가 피고에 응시하였음을 알린 데에서 비롯된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이 사건 결정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사정을 들어 피고의 취소권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부당하다거나 피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 근로계약의 소멸 시점 및 임금 지급의무의 범위

1) 근로계약의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근로계약에 따라 그동안 행하여진 근로자의 노무 제공의 효과를 소급하여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므로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보아서는 아니 되고, 취소의 의사표시 이후 장래에 관하여만 근로계약의 효력이 소멸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3다25194, 25200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가 이 사건 면직처분을 통하여 취소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볼 수 없음은 앞서 보았다. 다만 피고가 2019. 1. 23.자 준비서면을 통하여 원고와의 근로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 위 준비서면이 2019. 1. 24. 원고에게 도달한 사실은 기록상 분명하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은 2019. 1. 24. 장래에 관하여 그 효력이 소멸하였다.

2) 한편 이 사건 면직처분은 위와 같이 무효이므로, 원고가 임금 지급을 구하는 2018. 8. 1.부터 근로계약 종료일인 위 2019. 1. 24.까지 원고의 근로자로서 지위는 계속되고, 원고가 위 기간 근로의 제공을 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인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는 민법 제538조 제1항에 의하여 피고에 대하여 위 기간 중 원고가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전부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 나아가 갑 제1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위 기간 중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은 24,483,300원인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24,483,3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미지급 임금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인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 중 이와 결론이 다른 부분은 부당하므로, 당심에서 추가한 청구를 포함하여 제1심 판결을 주문 제1항과 같이 변경한다.



재판장 판사 박영재 
판사 박혜선 
판사 강경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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