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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부사장으로 호칭됐으나 다른 직원과 처우가 다르지 않고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
사건번호 : 2019다297496
선고일자 : 2020-06-0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에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 경제적 ·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5141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회사의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 · 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 · 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 즉, 원고는 '부사장'으로 호칭되며 일반 근로자가 아닌 피고의 관리자로서 근무하였다고 볼 사정이 다수 존재하는 점, 원고는 2006. 7.경부터 2010. 3.경까지 유한회사이던 피고의 출자좌수를 취득한 사원의 지위에 있으면서 사원총회에 참석하여 회사 운영 전반에 관한 의결권을 행사하였던 점, 원고에 대한 급여가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 형식으로 지급되었고 4대 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은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3. 가.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본다.
(1) 원고는 이전까지 프리랜서 형태의 보험계리사로 일하다가 2005. 4.경부터 피고로부터 급여를 받으면서 상시출근하기 시작하였다. 원고는 그 무렵부터 임원으로 등기되지는 않은 채 '부사장'으로 호칭되었으나, 보험회사로부터 의뢰받은 용역을 수행하는 보험계리사로서의 일반적인 업무 및 경영권을 가진 회장단의 지휘 · 감독 하에 근태, 급여 등 서무 관련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 포괄적인 권한을 위임받아 자신의 책임 하에 독립적으로 업무집행을 한 것이 아니었고, 보수, 처우 등에서 다른 경력직 보험계리사들과 비교하여 차별화된 우대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2) 원고는 2006. 7.경 유한회사이던 피고의 출자좌수를 취득하여 2010. 3.경까지 사원의 지위에 있었다. 하지만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 등 경영권은 회장 C을 비롯한 회장단이 행사하였고, 원고를 비롯하여 출자좌수를 취득한 경력직 보험계리사들(이하 '주주사원 보험계리사들'이라고 한다)은 회사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못하였다. 또한 원고를 비롯한 주주사원 보험계리사들은 용역의 수주나 수행 등 그 실적에 근거하여 이익배당을 받거나 손실을 부담한 것이 아니라 그들 사이에 편차가 거의 없는 비슷한 수준의 고정된 급여를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받았을 뿐이다(원심은 2008. 12. 23.자사원총회 회의록을 근거로 주주사원 보험계리사들이 피고의 운영 전반에 관하여 의결권을 행사하고 회사계정과 주주사원계정을 분리하여 용역수익을 별도로 집행 · 관리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피고는 계정분리를 확인할 수 있는 회계 · 금융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아니하는 등 위 사원총회에서 논의된 사항이 실제로는 집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일 뿐 아니라 위 회의록 이외에는 주주사원 보험계리사들이 피고의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였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 따라서 위 회의록을 근거로 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3) 피고는 보험회사들로부터 의뢰받은 용역을 정리하여 보험계리사별로 배분한 다음 그들이 보험회사로 출근할 날짜를 지정하는 등으로 용역수행계획서를 작성하였고, 원고를 비롯한 주주사원 보험계리사들은 피고가 수립한 계획에 따라 피고 또는 보험회사의 사무실로 정시 출근하여 배분받은 용역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리고 원고는 그와 같은 용역 업무를 수행하면서 제3자를 고용하는 등으로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도 없었다.
(4) 피고의 취업규칙은 일반 직원뿐만 아니라 주주사원 보험계리사들도 그 적용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5) 피고가 원고에게 매월 급여를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 형식으로 지급하였으나, 이는 피고가 우월적 지위에서 4대 보험의 적용을 피하는 등의 이익을 얻기 위하여 임의로 정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나.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부사장'으로 호칭되고 또 일정 기간 동안 유한회사 사원의 지위에 있었으나 이는 형식적 · 명목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피고에 대하여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박정화
주심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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