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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조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문제된 사건
*사건 : 대법원 판결 2020다247190 임금
* 판결선고 : 2024. 12. 19.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선정당사자)의 상고로 생긴 부분은 원고(선정당사자)가 부담하고, 피고의 상고로 생긴 부분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통상임금 해당 여부(피고의 제3 상고이유)
가. 종전 판례가 밝힌 통상임금 개념의 재정립 필요성
1)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이하 괄호에서는 ‘법’이라고만 한다)상 연장․야간․휴일근로(이하 ‘연장근로 등’이라 한다)에 대한 가산임금이나 해고예고수당을 산정하고 평균임금의 최저한이 되는 기준임금이다. 통상임금은 그 자체가 독자적 의미를 가지기보다 법정수당 산정 등의 기준으로서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도구개념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은 통상임금에 50% 이상의 가산율을 적용하여 산정되므로(법 제56조), 통상임금의 범위는 임금 총액과 노사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를 둘러싼 법적 분쟁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2) 그런데 근로기준법은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통상임금 정의규정도 구체적 사안에서 통상임금성을 판정할 수 있는 실천적 판단 기준으로 삼기에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은 오랜 기간 판례를 축적하며 통상임금에 관한 해석론을 형성하여 왔다. 특히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및 같은 날 선고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통틀어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은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과 개념적 징표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는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된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고정성에 관하여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되어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임금은 고정성을 갖춘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준을 정립하고, 세부적인 판단 기준도 임금 유형별로 제시하였다.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이하 ‘재직조건부 임금’이라 한다)과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하여야만 지급하는 임금(이하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이라 한다)은 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므로 고정성이 부정된다는 기준 등이 그것이다.
3) 이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고정성과 통상임금 판단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었다. 학계와 실무에서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의한 고정성 개념을 비판하거나 이를 우회하여 통상임금성을 다른 각도에서 판단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축적된 논의를 바탕으로 통상임금에 관한 근본적 고찰을 통하여 이 사건 쟁점인 ‘재직조건부 임금’의 통상임금성 문제를 넘어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등 고정성이 문제되는 다른 임금 유형까지 정합성 있게 규율할 수 있는 통상임금 개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나. 통상임금 개념의 재정립 방향
통상임금 개념은 무엇보다 아래와 같이 기준임금으로서 요청되는 통상임금의 본질과 기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새로이 정립되어야 한다.
첫째, 통상임금은 법적 개념이므로 원칙적으로 법령상 정의에 충실하게 해석해야 한다(법령 부합성). 둘째, 통상임금은 강행적 개념이므로 당사자가 법령상 통상임금의 범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어야 한다(강행성). 셋째,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
하게 담아낼 수 있는 개념이라야 한다(소정근로 가치 반영성). 넷째, 통상임금은 사전에 명확하게 산정될 수 있어야 한다(사전적 산정 가능성). 다섯째, 통상임금 개념은 연장근로 등의 억제라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여야 한다(정책 부합성).
위와 같은 요청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종전 판례가 제시한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는 것이 옳다.
다.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볼 수 없는 이유
1) 고정성 개념은 법령상 근거가 없음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말하는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될 것을 의미하는 고정성 개념은 법령의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지급하기로 정한’이라는 문언은 지급이 미리 정해진 상태, 즉 ‘소정성(所定性)’을 의미한다. 그러한 소정성은 모든 임금에 공통된 징표이지 통상임금에 특유한 개념적 징표라고 볼 수 없다. 이를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말하는 ‘고정성’으로 변형하여 해석하고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삼는 것은 문언상 근거가 부족하다. 그러한 해석이 입법자의 의사나 근로기준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임금으로 전환한 개념으로, 법령상 정의된 통상임금의 본질적인 판단 기준은 ‘소정근로 대가성’이다. ‘정기성’과 ‘일률성’은 이러한 ‘소정근로 대가성’ 있는 임금의 전형적 속성으로서, 임금의 지급 시기와 지급 대상이 미리 일정하게 정해지도록 요구함으로써 통상임금의 범위를 사전에 합리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여기에 법령상 근거 없이 ‘지급 여부나 지급액의 예외 없는 사전 확정’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고정성’이라는 징표를 더하는 것은 소정근로를 중심으로 도출되어야 하는 정당한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시키게 되어 부당하다.
2) 통상임금 개념의 강행성에 반함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의 강행적 성격과 맞지 않는다. 통상임금은 법정수당 산정의 도구로서 연장근로 등에 대하여 법이 정한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한 강행법규와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통상임금은 당사자가 그 의미나 범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강행적 개념이다. 사용자와 근로자는 임금 구조와 체계, 개별 임금 항목의 유형과 내용, 임금 총액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임금에 관한 조건도 자유롭게 부가할 수 있다. 그 조건은 강행규정에 위반되거나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등 별도의 무효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효력을 가진다. 그러나 조건의 효력 문제와 그 조건이 부가된 임금 항목의 통상임금성 문제는 구별하여야 한다. 전자는 ‘자율’의 영역에 속하고, 후자는 ‘후견’의 영역에 속한다. 가령 어떤 임금 항목에 재직조건이 부가되어 있어 그에 따를 때 기준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근로자에게는 해당 임금이 지급되지 않더라도, 그 임금 항목이 다른 법정수당의 산정 기초를 이루는 통상임금인지는 이와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자율의 영역에 속하는 ‘조건’을 후견의 영역에 속하는 ‘통상임금’과 부당하게 결부시킨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근로관계 당사자가 어떤 임금 항목에 조건을 부가하여 그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될 수 없는 경우 고정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이로써 당사자가 강행적 성격을 가지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쉽게 좌우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에서 임금에 조건을 부가함으로써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할 위험도 초래하였다.
물론 조건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서는 조건이 부가된 그 임금 항목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해당 임금의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그 임금 항목에 부가된 조건에 좌우되기 때문이 아니라, 해당 임금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통상임금성을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그 조건이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정기성, 일률성을 부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운수회사에서 일정 기간 동안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무사고수당은, 무사고라는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 아니라 소정근로 제공 외에 무사고라는 추가적인 자격요건 달성에 대한 보상으로서 지급되는 것이어서 소정근로 대가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성이 부정된다.
3)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지 못함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개념이므로, 실근로와 무관하게 소정근로 그 자체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는 것이라야 한다. 이 점에서 통상임금은 법정 기간 동안 근로자에게 실제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기초로 하여 사후적으로 산정되는 평균임금과 구별된다. 통상임금은 가상의 도구개념이고 그 개념이 전제하는 근로자는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이다. ‘소정근로의 온전한 제공’이라는 요건이 충족되면 이를 이유로 지급되는 가상의 임금이 통상임금이다. 바꾸어 말하면 소정근로가 온전하게 제공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닌 임금 항목(예컨대 순수한 의미의 성과급)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이처럼 통상임금을 실근로 또는 실제 임금과 분리하는 것은 법문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해석함으로써 실제 임금의 변동 가능성이 통상임금에 투영되는 것을 막아 기준임금으로서의 통상임금의 본질을 지켜낼 수 있다.
대법원도 통상임금은 실제 근무일수나 실제 수령한 임금에 구애되지 않고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1978. 10. 10. 선고 78다1372 판결, 대법원 1990. 11. 9. 선고 90다카694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고정성을 갖춘 임금을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업적, 성과 기타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된 임금’이라고 정의하여 조건 충족 여부에 임금 지급 여부가 연계되면 고정성이 결여된다고 본 것은 위 법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만약 그 조건이 ‘실제 근무일수’처럼 소정근로가 아닌 실근로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러한 조건을 통로 삼아 실근로에 관한 요소가 통상임금 개념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4) 통상임금의 사전적 산정 가능성을 약화시킴
통상임금은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산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용자와 근로자는 연장근로 등에 대한 비용 또는 보상의 정도를 예측하여 연장근로 등의 제공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연장근로 등이 실제 제공된 때에 가산임금을 곧바로 산정할 수 있다. 조건을 통하여 사후적 변동가능성이 있는 ‘실근로’를 ‘통상임금’과 연계하게 되면 통상임금의 사전적 산정 가능성이 약화된다. 통상임금의 사전적 산정 가능성은 실근로가 아니라 미리 정해진 소정근로와 연계될 때 제대로 확보될 수 있다. 그런데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전적으로 정해져야 할 통상임금 여부를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의 확정 여부에 따라 결정하려고 하였다는 문제가 있다. 임금이 지급될지, 그 지급액이 얼마가 될지는 장래에 속한 일이므로 이를 사전에 완벽하게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근로자의 재직 여부’나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에서 ‘근무일수의 충족 여부’도 마찬가지이다.
통상임금에서 고려할 것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한 경우에 지급되는 임금이 얼마로 정해졌는가이다. ‘실제로 조건을 충족하여 그 임금을 지급받을 가능성’은 통상임금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다. 가령 1개월의 소정근로일수가 22일인데 그중 20일 이상을 근무하면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의 경우 실제 20일 이상 근무할 가능성은 통상임금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다. 조건으로 부여된 근무일수가 소정근로일수 이내라면 근로자가 소정근로일수를 모두 근무한다는 전제에서 통상임금을 산정하면 충분하다.
5) 연장근로 등 억제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음
통상임금 개념은 연장근로 등의 억제라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하여야 하고(법 제17조 제1항 제2호),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법 제50조 제1항). 연장근로 등은 근로자에게 더 큰 피로와 긴장을 주고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생활상의 자유시간을 제한하므로,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면서(법 제53조) 연장근로 등에 대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한편(법 제56조), 연장근로 등 관련 규정 위반에 관한 처벌 조항도 두고 있다(법 제109조, 제110조). 이는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고 연장근로 등의 가치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해 주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0도1539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법령상 근거 없이 축소시켜 통상임금이 소정근로의 가치를 합당하게 평가한 단위 임금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한다. 이로써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한다.
라. 통상임금 개념의 재정립 및 판단 기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종전 판례가 제시한 고정성은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통상임금 개념과 판단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여야 한다.
1) 통상임금 개념 및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규정한다. 법령의 정의와 취지에 충실하게 통상임금 개념을 해석하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을 말한다.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여러 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므로, 그 본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기준임금이라는 데에 있다. 정기성과 일률성은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인 임금임을 뒷받침하는 개념적 징표이다.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임금에 부가된 조건은 해당 임금의 객관적 성질을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정기성, 일률성을 부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될 수는 있지만, 단지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고정성이란 잣대 없이도,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대가라는 ‘소정근로 대가성’, 임금의 지급 시기와 지급 대상이 미리 일정하게 정해졌을 것을 요구하는 ‘정기성’과 ‘일률성’의 개념을 통하여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통상임금을 이루는 개념에는 ‘임금 지급에 관한 일정한 사전적 규율’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소정근로의 제공과 관계없이 일시적이거나 변동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은 여전히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더라도 성질상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주휴수당(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4144 판결 등 참조) 등과 같은 법정수당은 개념적으로 통상임금이 될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
2) 재직조건부 임금
통상임금은 실근로와 구별되는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하는 도구개념이므로, 계속적인 소정근로의 제공이 전제된 근로관계를 기초로 산정하여야 한다.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근로계약에 따라 소정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이다. ‘퇴직’은 정년의 도래, 사망, 해고 등과 함께 근로관계를 종료시켜 실근로의 제공을 방해하는 장애사유일 뿐,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대가와는 개념상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어떠한 임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3)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근무일수 조건, 즉 소정근로일수 이내로 정해진 근무일수 조건의 경우, 그러한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설령 근로자의 실제 근무일수가 소정근로일수에 미치지 못하여 근로자가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더라도, 그 임금이 소정근로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을 갖추고 있는 한 이를 통상임금에 산입하여 연장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을 산정하여야 한다. 통상임금은 실제 근무일수나 실제 수령한 임금에 관계없이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하여 정한 기준임금이기 때문이다. 반면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였다고 하여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소정근로를 넘는 추가 근로의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다.
나)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장 중에서는 휴가를 사용한 날을 근무일수에 포함시켜 조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곳이 있고, 실제 근무한 날만을 근무일수에 산입하는 이른바 ‘실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을 둔 곳도 있다. 후자의 경우 예를 들면 소정근로일수 전부를 실제 근무할 것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임금은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채 소정근로일수를 개근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소정근로를 초과하는 추가적인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근로자마다 계속근로기간이 달라 근로기준법이 부여하는 연차유급휴가일수가 다르고, 사업장마다 정해진 약정휴가가 다르다. 같은 근로자도 연도별 발생하는 연차유급휴가일수가 다르고, 월별로 실제 사용하는 휴가일수도 다르다. 이와 같이 휴가의 발생과 사용이 사업장이나 근로자별로 개별적, 유동적인 상황에서 근로자가 며칠의 휴가를 사용하고 나머지 소정근로일을 개근하는 것이 ‘소정근로의 온전한 제공’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하기 어렵다. 이를 해당 근로자나 사업장의 다른 근로자들의 근무실태 현황을 참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산출해 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 통상임금 판단이 ‘실근로’와 연계됨으로써 통상임금의 사전적 산정 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따라서 통상임금이 법정수당 산정을 위한 기준임금이자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한 가상의 도구개념이라는 점에서, 실근무일수 조건부 임금도 휴가의 발생이나 실제 사용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조건으로 부여된 근무일수가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지에 따라 통상임금성을 일괄적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
다) 한편 소정근로일수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의무 있는 날로 정한 일수를 말하므로 당사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사항이기는 하다. 그러나 소정근로일수의 정함이 기본적으로 ‘자율’의 영역에 속하더라도 그것이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후견’이 작동할 수 있다. 오로지 어떤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의도로 근무실태와 동떨어진 소정근로일수를 정하는 경우와 같이 통상임금의 강행성을 잠탈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4) 성과급
근로자의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단순히 소정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업무성과를 달성하거나 그에 대한 평가결과가 어떠한 기준에 이르러야 지급되므로, 일반적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더라도 위와 같은 순수한 의미의 성과급은 여전히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최소한도의 일정액을 지급하기로 정한 경우 그 금액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
마. 변경하여야 할 판결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중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삼은 부분, 그에 따라 재직조건부 임금,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성과급의 통상임금성을 고정성 인정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 부분, 재직조건부 임금이 조건의 부가로 인하여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부분과 그와 같은 취지의 종전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바. 새로운 법리의 효력 범위
위와 같은 판례변경은 임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이어서 집단적 법률관계인 임금 지급에 관한 근로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법리를 전면적으로 소급 적용하면 종전 판례를 신뢰하여 형성된 수많은 법률관계의 효력에 바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신뢰보호에 반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법리는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이 사건 및 이 판결 선고 시점에 이 판결이 변경하는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투어져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들(이하 ‘병행사건’이라 한다)에는 구체적 사건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법의 본질상 새로운 법리를 소급 적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판결 선고일인 2024. 12. 19. 이후 제공한 연장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은 새로운 법리에 따른 통상임금의 범위를 기초로 그 지급액을 산정하여야 하고, 2024. 12. 18.까지 제공한 연장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은 이 사건 및 병행사건을 제외하고는 종래 법리에 따른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하여야 한다. 그 구체적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판례변경의 소급효를 제한할 필요성
법원이 선언하는 법리는 그 이전의 사실관계에도 적용됨이 원칙이다. 이는 판례를 변경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새로운 법리가 애당초 정당한 법의 내용으로서 과거의 사실관계까지 규율하게 된다. 판례변경으로 인한 법적 불안정성은 우리 사법제도가 예정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도 불구하고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로부터 파생된 신뢰보호의 원칙에 기초하여 새로운 판례의 적용 시점을 제한하여야 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판례변경의 원인과 모습, 판례변경으로 침해되는 신뢰의 정도 등은 다양한 양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에서 법을 구체화한 판례는 엄연히 법질서의 일부를 구성하면서 삶의 현장에서 때로는 추상적인 법 못지않게 강력하고 현실적인 규범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변경되는 판례에 대한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새로운 판례의 소급적 관철 필요성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새로운 법리의 효력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야 한다. 어떤 사건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종전 판례의 배경과 내용, 그 명확성과 구체성, 종전 판례에 대한 신뢰의 강도와 보호가치, 그러한 신뢰 아래 형성된 다른 법률관계의 내용과 중요성, 판례변경의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 및 이해관계의 범위와 규모, 판례변경으로 발생하는 파급효나 사회적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새로운 판례의 관철 필요성과 신뢰보호의 필요성을 세밀하게 형량(衡量)하여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새로운 법리의 효력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소정근로에 대하여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이 통상임금이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시하여 오다가(대법원 1996. 2. 9. 선고 94다19501 판결 등 참조)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의 징표인 고정성 개념의 정의를 명확히 선언함으로써 통상임금에 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였다. 위 판결은 재직조건부 임금 및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고정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하였다. 근로기준법 등 관계법령에서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판례 법리는 노동현장에서 장기간에 걸쳐 사실상 통상임금에 관한 강행적 법질서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져 왔다. 행정지도(정부의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 및 설명자료 등)를 통하여 노사 간 협상과 합의의 토대를 이루었고, 연장근로 등에 관한 법정수당, 평균임금의 산정, 임금 총액의 결정 등 수많은 파생적 법률관계의 기초가 되었다. 임금 근로자와 이들을 고용한 사용자까지 고려하면 통상임금의 범위가 변경됨에 따라 영향을 받는 당사자나 이해관계인이 매우 많고 그 이해변동의 규모도 상당하다.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로 법정수당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법적 분쟁이나 소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상당히 클 수 있다. 사업장에 따라서는 임금 협상 과정에서 종전 판례 법리에 기초한 통상임금의 범위를 토대로 다른 임금의 내용, 액수 등을 적절히 합의함에 따라 개별 임금 항목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법적 분쟁 없이 장기간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이어온 곳들도 있다. 이러한 사업장의 과거 법률관계에 대해서까지 예외 없이 새로운 판례의 소급 적용을 관철하는 것이 반드시 실질적 정의 관념에 부합하는 결과가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판례변경의 소급효 제한 범위
대법원이 새로운 법리를 선언하는 것은 그 사건의 재판규범으로 삼기 위함이므로 기본적으로 당해사건은 새로운 법리가 소급하여 적용된다. 그런데 소급효의 범위 설정은 결국 형량의 문제이므로, 해당 사건의 고유한 특성을 바탕으로 신뢰보호의 필요성과 평등원칙의 요청 등을 고려한 세밀한 형량을 통해 이를 정할 수 있다. 통상임금에 관한 종전 판례와 이번 판례변경이 갖는 앞서 본 여러 특수성과 함께 재직조건부 임금 및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등의 통상임금성이 쟁점인 다수의 사건들이 현재 대법원 및 하급심법원에 계속 중인 점을 고려하여 보면, 이번 판례변경에서는 이 판결 선고 시점에 대법원 및 하급심법원에 계속 중인 병행사건까지 소급효가 미치는 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 동일한 쟁점을 두고 현재 소송 계속 중인 다수의 사건들 중에 우연히 판례변경 대상 사건이 된 당해사건의 당사자들만 권리구제를 받고 나머지 병행사건의 당사자들은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는 결론은 수긍하기 어렵다. 병행사건 당사자들도 스스로의 비용과 노력으로 소를 제기하여 통상임금의 범위를 다투며 권리구제를 적극적으로 도모함으로써 판례변경에 함께 기여한 주체이므로, 그 보호가치가 당해사건 당사자들과 동등하고 소를 제기하지 않은 집단과는 다르다. 그동안 다수의 병행사건에서 제기되어 온 문제의식에 부합하게 판례를 변경하면서 병행사건 당사자들이 소를 제기하여 적극적으로 다툰 법률관계를 종전 판례 법리에 따라 규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사. 이 사건에 대한 판단
1) 재직조건부 상여금의 통상임금성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의 급여규정 및 보수협약에서 호봉제 근로자에게 월 기준급여의 850%를 상여금으로 지급하되 정기상여금(짝수 월), 설․추석상여금, 하계상여금으로 나누어 연간 총 9회 분할 지급하도록 정하면서 “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직원에 한하여 지급하며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직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을 둔 사실을 알 수 있다(이하 정기상여금, 설․추석상여금, 하계상여금을 통틀어 ‘이 사건 상여금’이라 한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기준급여의 850%에 해당하는 일정한 금액을 일정한 주기로 분할하여 지급하는 이 사건 상여금은 재직조건에도 불구하고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원심이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보아 이를 전제로 판단한 부분은 잘못이나,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거기에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기관장 성과급(최소 지급분)의 통상임금성
원심은 기관장 성과급 중 월 하한 20만 원은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지급되는 월 최소 보장액으로 근무일수에 비례한 만큼의 임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기관장 성과급이 관행적으로 특정 시점 재직자에게만 지급되어 그 최소 지급분도 고정성이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직조건이 부가되어 있더라도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지급하기로 정해진 월 최소 보장액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상고이유는 이유가 없다.
2. 관리․감독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인지 여부(피고의 제1 상고이유)
원심은, 피고의 지점장, 센터장, 팀장, 파트장, 매니저 등의 직책으로 일하였던 원고들(선정당사자인 원고 포함) 및 선정자들(이하 통칭하여 ‘원고들’이라 한다)이 노무관리, 채용, 근로조건 등에 관한 결정에 참여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고, 직종의 특성상 외근이 많기는 하였으나 피고 내부 규정과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무시간을 준수할 의무가 있었으며, 일부 원고들에게 기관장 성과급 월 20만 원이 지급되었으나 그것이 지점장으로서의 추가적인 업무수행에 상응하는 정도를 넘어 경영자와 일체적 관계에서 부담하는 경영상 책임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들은 근로기준법 제63조 제4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4조에서 정한 관리․감독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근로기준법 제63조 제4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4조의 관리․감독 업무 종사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포괄임금약정의 유효한 성립 여부(피고의 제2 상고이유)
원심은, 시간외근무수당에 관하여 포괄임금약정이 체결되었다고 보더라도 포괄임금약정에 포함된 시간외근무수당이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산정된 금액에 미달하는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포괄임금약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기준시간 수[원고(선정당사자)의 상고이유]
원심은, 단체협약은 조합원의 근로시간을 평일 8시간으로 하면서 토요일, 일요일, 법정공휴일 등을 유급휴일로 정하고 있고, 유급휴일인 토요일의 근로시간을 일요일과 같은 8시간이 아닌 4시간으로 처리하여야 할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토요일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8시간으로 보아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기준시간 수는 월 243시간이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통상임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5. 결론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 패소자에게 부담하게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원고(선정당사자)의 상고로 생긴 부분은 원고(선정당사자)가 부담하고, 피고의 상고로 생긴 부분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통상임금 해당 여부(피고의 제3 상고이유)
가. 종전 판례가 밝힌 통상임금 개념의 재정립 필요성
1)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이하 괄호에서는 ‘법’이라고만 한다)상 연장․야간․휴일근로(이하 ‘연장근로 등’이라 한다)에 대한 가산임금이나 해고예고수당을 산정하고 평균임금의 최저한이 되는 기준임금이다. 통상임금은 그 자체가 독자적 의미를 가지기보다 법정수당 산정 등의 기준으로서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도구개념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은 통상임금에 50% 이상의 가산율을 적용하여 산정되므로(법 제56조), 통상임금의 범위는 임금 총액과 노사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를 둘러싼 법적 분쟁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2) 그런데 근로기준법은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하여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통상임금 정의규정도 구체적 사안에서 통상임금성을 판정할 수 있는 실천적 판단 기준으로 삼기에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은 오랜 기간 판례를 축적하며 통상임금에 관한 해석론을 형성하여 왔다. 특히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및 같은 날 선고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통틀어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한다)은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과 개념적 징표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는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된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고정성에 관하여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되어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임금은 고정성을 갖춘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준을 정립하고, 세부적인 판단 기준도 임금 유형별로 제시하였다.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이하 ‘재직조건부 임금’이라 한다)과 일정 근무일수를 충족하여야만 지급하는 임금(이하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이라 한다)은 조건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므로 고정성이 부정된다는 기준 등이 그것이다.
3) 이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고정성과 통상임금 판단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었다. 학계와 실무에서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의한 고정성 개념을 비판하거나 이를 우회하여 통상임금성을 다른 각도에서 판단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축적된 논의를 바탕으로 통상임금에 관한 근본적 고찰을 통하여 이 사건 쟁점인 ‘재직조건부 임금’의 통상임금성 문제를 넘어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등 고정성이 문제되는 다른 임금 유형까지 정합성 있게 규율할 수 있는 통상임금 개념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나. 통상임금 개념의 재정립 방향
통상임금 개념은 무엇보다 아래와 같이 기준임금으로서 요청되는 통상임금의 본질과 기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새로이 정립되어야 한다.
첫째, 통상임금은 법적 개념이므로 원칙적으로 법령상 정의에 충실하게 해석해야 한다(법령 부합성). 둘째, 통상임금은 강행적 개념이므로 당사자가 법령상 통상임금의 범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어야 한다(강행성). 셋째,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
하게 담아낼 수 있는 개념이라야 한다(소정근로 가치 반영성). 넷째, 통상임금은 사전에 명확하게 산정될 수 있어야 한다(사전적 산정 가능성). 다섯째, 통상임금 개념은 연장근로 등의 억제라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여야 한다(정책 부합성).
위와 같은 요청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종전 판례가 제시한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는 것이 옳다.
다.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볼 수 없는 이유
1) 고정성 개념은 법령상 근거가 없음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말하는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될 것을 의미하는 고정성 개념은 법령의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지급하기로 정한’이라는 문언은 지급이 미리 정해진 상태, 즉 ‘소정성(所定性)’을 의미한다. 그러한 소정성은 모든 임금에 공통된 징표이지 통상임금에 특유한 개념적 징표라고 볼 수 없다. 이를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말하는 ‘고정성’으로 변형하여 해석하고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삼는 것은 문언상 근거가 부족하다. 그러한 해석이 입법자의 의사나 근로기준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도 아니다.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임금으로 전환한 개념으로, 법령상 정의된 통상임금의 본질적인 판단 기준은 ‘소정근로 대가성’이다. ‘정기성’과 ‘일률성’은 이러한 ‘소정근로 대가성’ 있는 임금의 전형적 속성으로서, 임금의 지급 시기와 지급 대상이 미리 일정하게 정해지도록 요구함으로써 통상임금의 범위를 사전에 합리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여기에 법령상 근거 없이 ‘지급 여부나 지급액의 예외 없는 사전 확정’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고정성’이라는 징표를 더하는 것은 소정근로를 중심으로 도출되어야 하는 정당한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시키게 되어 부당하다.
2) 통상임금 개념의 강행성에 반함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의 강행적 성격과 맞지 않는다. 통상임금은 법정수당 산정의 도구로서 연장근로 등에 대하여 법이 정한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한 강행법규와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통상임금은 당사자가 그 의미나 범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강행적 개념이다. 사용자와 근로자는 임금 구조와 체계, 개별 임금 항목의 유형과 내용, 임금 총액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임금에 관한 조건도 자유롭게 부가할 수 있다. 그 조건은 강행규정에 위반되거나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등 별도의 무효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효력을 가진다. 그러나 조건의 효력 문제와 그 조건이 부가된 임금 항목의 통상임금성 문제는 구별하여야 한다. 전자는 ‘자율’의 영역에 속하고, 후자는 ‘후견’의 영역에 속한다. 가령 어떤 임금 항목에 재직조건이 부가되어 있어 그에 따를 때 기준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근로자에게는 해당 임금이 지급되지 않더라도, 그 임금 항목이 다른 법정수당의 산정 기초를 이루는 통상임금인지는 이와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자율의 영역에 속하는 ‘조건’을 후견의 영역에 속하는 ‘통상임금’과 부당하게 결부시킨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근로관계 당사자가 어떤 임금 항목에 조건을 부가하여 그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될 수 없는 경우 고정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법리를 제시하였다. 이로써 당사자가 강행적 성격을 가지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쉽게 좌우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결과가 발생하였다.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에서 임금에 조건을 부가함으로써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할 위험도 초래하였다.
물론 조건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서는 조건이 부가된 그 임금 항목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해당 임금의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그 임금 항목에 부가된 조건에 좌우되기 때문이 아니라, 해당 임금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통상임금성을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그 조건이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정기성, 일률성을 부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운수회사에서 일정 기간 동안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무사고수당은, 무사고라는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 아니라 소정근로 제공 외에 무사고라는 추가적인 자격요건 달성에 대한 보상으로서 지급되는 것이어서 소정근로 대가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성이 부정된다.
3)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지 못함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개념이므로, 실근로와 무관하게 소정근로 그 자체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는 것이라야 한다. 이 점에서 통상임금은 법정 기간 동안 근로자에게 실제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기초로 하여 사후적으로 산정되는 평균임금과 구별된다. 통상임금은 가상의 도구개념이고 그 개념이 전제하는 근로자는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이다. ‘소정근로의 온전한 제공’이라는 요건이 충족되면 이를 이유로 지급되는 가상의 임금이 통상임금이다. 바꾸어 말하면 소정근로가 온전하게 제공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지급되는 것이 아닌 임금 항목(예컨대 순수한 의미의 성과급)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이처럼 통상임금을 실근로 또는 실제 임금과 분리하는 것은 법문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해석함으로써 실제 임금의 변동 가능성이 통상임금에 투영되는 것을 막아 기준임금으로서의 통상임금의 본질을 지켜낼 수 있다.
대법원도 통상임금은 실제 근무일수나 실제 수령한 임금에 구애되지 않고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1978. 10. 10. 선고 78다1372 판결, 대법원 1990. 11. 9. 선고 90다카694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고정성을 갖춘 임금을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업적, 성과 기타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된 임금’이라고 정의하여 조건 충족 여부에 임금 지급 여부가 연계되면 고정성이 결여된다고 본 것은 위 법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만약 그 조건이 ‘실제 근무일수’처럼 소정근로가 아닌 실근로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러한 조건을 통로 삼아 실근로에 관한 요소가 통상임금 개념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4) 통상임금의 사전적 산정 가능성을 약화시킴
통상임금은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산정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용자와 근로자는 연장근로 등에 대한 비용 또는 보상의 정도를 예측하여 연장근로 등의 제공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연장근로 등이 실제 제공된 때에 가산임금을 곧바로 산정할 수 있다. 조건을 통하여 사후적 변동가능성이 있는 ‘실근로’를 ‘통상임금’과 연계하게 되면 통상임금의 사전적 산정 가능성이 약화된다. 통상임금의 사전적 산정 가능성은 실근로가 아니라 미리 정해진 소정근로와 연계될 때 제대로 확보될 수 있다. 그런데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전적으로 정해져야 할 통상임금 여부를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의 확정 여부에 따라 결정하려고 하였다는 문제가 있다. 임금이 지급될지, 그 지급액이 얼마가 될지는 장래에 속한 일이므로 이를 사전에 완벽하게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근로자의 재직 여부’나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에서 ‘근무일수의 충족 여부’도 마찬가지이다.
통상임금에서 고려할 것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한 경우에 지급되는 임금이 얼마로 정해졌는가이다. ‘실제로 조건을 충족하여 그 임금을 지급받을 가능성’은 통상임금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다. 가령 1개월의 소정근로일수가 22일인데 그중 20일 이상을 근무하면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의 경우 실제 20일 이상 근무할 가능성은 통상임금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다. 조건으로 부여된 근무일수가 소정근로일수 이내라면 근로자가 소정근로일수를 모두 근무한다는 전제에서 통상임금을 산정하면 충분하다.
5) 연장근로 등 억제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음
통상임금 개념은 연장근로 등의 억제라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하여야 하고(법 제17조 제1항 제2호),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법 제50조 제1항). 연장근로 등은 근로자에게 더 큰 피로와 긴장을 주고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생활상의 자유시간을 제한하므로,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면서(법 제53조) 연장근로 등에 대해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한편(법 제56조), 연장근로 등 관련 규정 위반에 관한 처벌 조항도 두고 있다(법 제109조, 제110조). 이는 근로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고 연장근로 등의 가치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해 주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다(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0도1539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법령상 근거 없이 축소시켜 통상임금이 소정근로의 가치를 합당하게 평가한 단위 임금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한다. 이로써 연장근로 등을 억제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자 하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한다.
라. 통상임금 개념의 재정립 및 판단 기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이유로 종전 판례가 제시한 고정성은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통상임금 개념과 판단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여야 한다.
1) 통상임금 개념 및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규정한다. 법령의 정의와 취지에 충실하게 통상임금 개념을 해석하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을 말한다.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여러 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므로, 그 본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기준임금이라는 데에 있다. 정기성과 일률성은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인 임금임을 뒷받침하는 개념적 징표이다.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임금에 부가된 조건은 해당 임금의 객관적 성질을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정기성, 일률성을 부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될 수는 있지만, 단지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고정성이란 잣대 없이도,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대가라는 ‘소정근로 대가성’, 임금의 지급 시기와 지급 대상이 미리 일정하게 정해졌을 것을 요구하는 ‘정기성’과 ‘일률성’의 개념을 통하여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통상임금을 이루는 개념에는 ‘임금 지급에 관한 일정한 사전적 규율’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소정근로의 제공과 관계없이 일시적이거나 변동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은 여전히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더라도 성질상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주휴수당(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4144 판결 등 참조) 등과 같은 법정수당은 개념적으로 통상임금이 될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
2) 재직조건부 임금
통상임금은 실근로와 구별되는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하는 도구개념이므로, 계속적인 소정근로의 제공이 전제된 근로관계를 기초로 산정하여야 한다.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근로계약에 따라 소정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이다. ‘퇴직’은 정년의 도래, 사망, 해고 등과 함께 근로관계를 종료시켜 실근로의 제공을 방해하는 장애사유일 뿐,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대가와는 개념상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어떠한 임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3)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근무일수 조건, 즉 소정근로일수 이내로 정해진 근무일수 조건의 경우, 그러한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설령 근로자의 실제 근무일수가 소정근로일수에 미치지 못하여 근로자가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더라도, 그 임금이 소정근로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을 갖추고 있는 한 이를 통상임금에 산입하여 연장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을 산정하여야 한다. 통상임금은 실제 근무일수나 실제 수령한 임금에 관계없이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하여 정한 기준임금이기 때문이다. 반면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였다고 하여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소정근로를 넘는 추가 근로의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다.
나)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장 중에서는 휴가를 사용한 날을 근무일수에 포함시켜 조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곳이 있고, 실제 근무한 날만을 근무일수에 산입하는 이른바 ‘실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을 둔 곳도 있다. 후자의 경우 예를 들면 소정근로일수 전부를 실제 근무할 것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임금은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채 소정근로일수를 개근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소정근로를 초과하는 추가적인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근로자마다 계속근로기간이 달라 근로기준법이 부여하는 연차유급휴가일수가 다르고, 사업장마다 정해진 약정휴가가 다르다. 같은 근로자도 연도별 발생하는 연차유급휴가일수가 다르고, 월별로 실제 사용하는 휴가일수도 다르다. 이와 같이 휴가의 발생과 사용이 사업장이나 근로자별로 개별적, 유동적인 상황에서 근로자가 며칠의 휴가를 사용하고 나머지 소정근로일을 개근하는 것이 ‘소정근로의 온전한 제공’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하기 어렵다. 이를 해당 근로자나 사업장의 다른 근로자들의 근무실태 현황을 참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산출해 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순간 통상임금 판단이 ‘실근로’와 연계됨으로써 통상임금의 사전적 산정 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따라서 통상임금이 법정수당 산정을 위한 기준임금이자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한 가상의 도구개념이라는 점에서, 실근무일수 조건부 임금도 휴가의 발생이나 실제 사용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조건으로 부여된 근무일수가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지에 따라 통상임금성을 일괄적으로 판단함이 타당하다.
다) 한편 소정근로일수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의무 있는 날로 정한 일수를 말하므로 당사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사항이기는 하다. 그러나 소정근로일수의 정함이 기본적으로 ‘자율’의 영역에 속하더라도 그것이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후견’이 작동할 수 있다. 오로지 어떤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의도로 근무실태와 동떨어진 소정근로일수를 정하는 경우와 같이 통상임금의 강행성을 잠탈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합의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4) 성과급
근로자의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단순히 소정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업무성과를 달성하거나 그에 대한 평가결과가 어떠한 기준에 이르러야 지급되므로, 일반적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더라도 위와 같은 순수한 의미의 성과급은 여전히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다만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최소한도의 일정액을 지급하기로 정한 경우 그 금액은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
마. 변경하여야 할 판결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중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삼은 부분, 그에 따라 재직조건부 임금,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성과급의 통상임금성을 고정성 인정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한 부분, 재직조건부 임금이 조건의 부가로 인하여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부분과 그와 같은 취지의 종전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바. 새로운 법리의 효력 범위
위와 같은 판례변경은 임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이어서 집단적 법률관계인 임금 지급에 관한 근로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법리를 전면적으로 소급 적용하면 종전 판례를 신뢰하여 형성된 수많은 법률관계의 효력에 바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신뢰보호에 반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법리는 이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이 사건 및 이 판결 선고 시점에 이 판결이 변경하는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투어져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들(이하 ‘병행사건’이라 한다)에는 구체적 사건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법의 본질상 새로운 법리를 소급 적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판결 선고일인 2024. 12. 19. 이후 제공한 연장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은 새로운 법리에 따른 통상임금의 범위를 기초로 그 지급액을 산정하여야 하고, 2024. 12. 18.까지 제공한 연장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은 이 사건 및 병행사건을 제외하고는 종래 법리에 따른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하여야 한다. 그 구체적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판례변경의 소급효를 제한할 필요성
법원이 선언하는 법리는 그 이전의 사실관계에도 적용됨이 원칙이다. 이는 판례를 변경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새로운 법리가 애당초 정당한 법의 내용으로서 과거의 사실관계까지 규율하게 된다. 판례변경으로 인한 법적 불안정성은 우리 사법제도가 예정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도 불구하고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로부터 파생된 신뢰보호의 원칙에 기초하여 새로운 판례의 적용 시점을 제한하여야 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판례변경의 원인과 모습, 판례변경으로 침해되는 신뢰의 정도 등은 다양한 양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에서 법을 구체화한 판례는 엄연히 법질서의 일부를 구성하면서 삶의 현장에서 때로는 추상적인 법 못지않게 강력하고 현실적인 규범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변경되는 판례에 대한 신뢰보호의 필요성이 새로운 판례의 소급적 관철 필요성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다만 새로운 법리의 효력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야 한다. 어떤 사건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종전 판례의 배경과 내용, 그 명확성과 구체성, 종전 판례에 대한 신뢰의 강도와 보호가치, 그러한 신뢰 아래 형성된 다른 법률관계의 내용과 중요성, 판례변경의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 및 이해관계의 범위와 규모, 판례변경으로 발생하는 파급효나 사회적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새로운 판례의 관철 필요성과 신뢰보호의 필요성을 세밀하게 형량(衡量)하여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은 새로운 법리의 효력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소정근로에 대하여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이 통상임금이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시하여 오다가(대법원 1996. 2. 9. 선고 94다19501 판결 등 참조)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통상임금의 징표인 고정성 개념의 정의를 명확히 선언함으로써 통상임금에 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였다. 위 판결은 재직조건부 임금 및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고정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하였다. 근로기준법 등 관계법령에서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판례 법리는 노동현장에서 장기간에 걸쳐 사실상 통상임금에 관한 강행적 법질서와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져 왔다. 행정지도(정부의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 및 설명자료 등)를 통하여 노사 간 협상과 합의의 토대를 이루었고, 연장근로 등에 관한 법정수당, 평균임금의 산정, 임금 총액의 결정 등 수많은 파생적 법률관계의 기초가 되었다. 임금 근로자와 이들을 고용한 사용자까지 고려하면 통상임금의 범위가 변경됨에 따라 영향을 받는 당사자나 이해관계인이 매우 많고 그 이해변동의 규모도 상당하다.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로 법정수당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법적 분쟁이나 소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상당히 클 수 있다. 사업장에 따라서는 임금 협상 과정에서 종전 판례 법리에 기초한 통상임금의 범위를 토대로 다른 임금의 내용, 액수 등을 적절히 합의함에 따라 개별 임금 항목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법적 분쟁 없이 장기간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이어온 곳들도 있다. 이러한 사업장의 과거 법률관계에 대해서까지 예외 없이 새로운 판례의 소급 적용을 관철하는 것이 반드시 실질적 정의 관념에 부합하는 결과가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판례변경의 소급효 제한 범위
대법원이 새로운 법리를 선언하는 것은 그 사건의 재판규범으로 삼기 위함이므로 기본적으로 당해사건은 새로운 법리가 소급하여 적용된다. 그런데 소급효의 범위 설정은 결국 형량의 문제이므로, 해당 사건의 고유한 특성을 바탕으로 신뢰보호의 필요성과 평등원칙의 요청 등을 고려한 세밀한 형량을 통해 이를 정할 수 있다. 통상임금에 관한 종전 판례와 이번 판례변경이 갖는 앞서 본 여러 특수성과 함께 재직조건부 임금 및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등의 통상임금성이 쟁점인 다수의 사건들이 현재 대법원 및 하급심법원에 계속 중인 점을 고려하여 보면, 이번 판례변경에서는 이 판결 선고 시점에 대법원 및 하급심법원에 계속 중인 병행사건까지 소급효가 미치는 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 동일한 쟁점을 두고 현재 소송 계속 중인 다수의 사건들 중에 우연히 판례변경 대상 사건이 된 당해사건의 당사자들만 권리구제를 받고 나머지 병행사건의 당사자들은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는 결론은 수긍하기 어렵다. 병행사건 당사자들도 스스로의 비용과 노력으로 소를 제기하여 통상임금의 범위를 다투며 권리구제를 적극적으로 도모함으로써 판례변경에 함께 기여한 주체이므로, 그 보호가치가 당해사건 당사자들과 동등하고 소를 제기하지 않은 집단과는 다르다. 그동안 다수의 병행사건에서 제기되어 온 문제의식에 부합하게 판례를 변경하면서 병행사건 당사자들이 소를 제기하여 적극적으로 다툰 법률관계를 종전 판례 법리에 따라 규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사. 이 사건에 대한 판단
1) 재직조건부 상여금의 통상임금성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의 급여규정 및 보수협약에서 호봉제 근로자에게 월 기준급여의 850%를 상여금으로 지급하되 정기상여금(짝수 월), 설․추석상여금, 하계상여금으로 나누어 연간 총 9회 분할 지급하도록 정하면서 “상여금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직원에 한하여 지급하며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직원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라는 규정을 둔 사실을 알 수 있다(이하 정기상여금, 설․추석상여금, 하계상여금을 통틀어 ‘이 사건 상여금’이라 한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기준급여의 850%에 해당하는 일정한 금액을 일정한 주기로 분할하여 지급하는 이 사건 상여금은 재직조건에도 불구하고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원심이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보아 이를 전제로 판단한 부분은 잘못이나,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거기에 통상임금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2) 기관장 성과급(최소 지급분)의 통상임금성
원심은 기관장 성과급 중 월 하한 20만 원은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지급되는 월 최소 보장액으로 근무일수에 비례한 만큼의 임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기관장 성과급이 관행적으로 특정 시점 재직자에게만 지급되어 그 최소 지급분도 고정성이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재직조건이 부가되어 있더라도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지급하기로 정해진 월 최소 보장액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상고이유는 이유가 없다.
2. 관리․감독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인지 여부(피고의 제1 상고이유)
원심은, 피고의 지점장, 센터장, 팀장, 파트장, 매니저 등의 직책으로 일하였던 원고들(선정당사자인 원고 포함) 및 선정자들(이하 통칭하여 ‘원고들’이라 한다)이 노무관리, 채용, 근로조건 등에 관한 결정에 참여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고, 직종의 특성상 외근이 많기는 하였으나 피고 내부 규정과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무시간을 준수할 의무가 있었으며, 일부 원고들에게 기관장 성과급 월 20만 원이 지급되었으나 그것이 지점장으로서의 추가적인 업무수행에 상응하는 정도를 넘어 경영자와 일체적 관계에서 부담하는 경영상 책임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들은 근로기준법 제63조 제4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4조에서 정한 관리․감독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근로기준법 제63조 제4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4조의 관리․감독 업무 종사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3. 포괄임금약정의 유효한 성립 여부(피고의 제2 상고이유)
원심은, 시간외근무수당에 관하여 포괄임금약정이 체결되었다고 보더라도 포괄임금약정에 포함된 시간외근무수당이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산정된 금액에 미달하는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포괄임금약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기준시간 수[원고(선정당사자)의 상고이유]
원심은, 단체협약은 조합원의 근로시간을 평일 8시간으로 하면서 토요일, 일요일, 법정공휴일 등을 유급휴일로 정하고 있고, 유급휴일인 토요일의 근로시간을 일요일과 같은 8시간이 아닌 4시간으로 처리하여야 할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토요일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8시간으로 보아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을 위한 기준시간 수는 월 243시간이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통상임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5. 결론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각 패소자에게 부담하게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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