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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간 교대근무가 질병의 발병, 악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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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주야간 교대근무가 질병의 발병, 악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사건번호: 2020두39297
선고일자: 2020.12.24.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등 참조).


나. 항고소송에서 처분의 위법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 당시의 법령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는 신청에 따른 처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20. 1. 16. 선고 2019다264700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13. 6. 28.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3-32호, 이하 ‘개정 전 고시’라고 한다)은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은 없으므로, 근로복지공단이 처분 당시에 시행된 ‘개정 전 고시’를 적용하여 산재요양 불승인처분을 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해당 불승인처분에 대한 항고소송에서 법원은 ‘개정 전 고시’를 적용할 의무는 없고, 해당 불승인처분이 있은 후 개정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17. 12. 29.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117호, 이하 ‘개정된 고시’라고 한다)의 규정 내용과 개정 취지를 참작하여 상당인과관계의 존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2호, 제5항,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 3]의 규정 내용과 형식, 입법 취지를 종합하면, 같은 법 시행령 [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같은 법 제37조 제1항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그 기준에서 정한 것 외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을 모두 업무상 질병에서 배제하는 규정으로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2두24214 판결 참조).

2)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도록 위임하고 있다(제1호 다.목, 제2호 마.목). 위임근거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이 예시적 규정에 불과한 이상, 그 위임에 따른 고용노동부 고시가 대외적으로 국민과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이 있는 규범이라고 볼 수는 없고, 상급행정기관이자 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장관이 그 지도·감독 아래 있는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행정내부적으로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의 해석·적용 기준을 정해주는 ‘행정규칙’이라고 보아야 한다.

3) 개정 전 고시에 의하더라도,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교대제 및 야간근로 등 근무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수면시간, 작업 환경,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건강상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며(I. 1. 다.목 후단), 업무시간은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서 하나의 고려요소일 뿐, 절대적인 판단기준은 될 수 없다.

4) 개정된 고시는, 개정 전 고시의 규정 내용이 지나치게 엄격하였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재해자의 기초질환을 업무관련성 판단의 고려사항으로 보지 않도록 종전에 규정되어 있던 ‘건강상태’를 삭제하였을 뿐 아니라(I. 1. 다.목 후단),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업무시간이 길어질수록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특히 근로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등의 경우에는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I. 1. 다.목 2)].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의 배우자인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생년월일 생략)생으로 2009. 4. 9. 대우조선해양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조선소의 소조취부 현장에서 부재결합, 가용접, 판접 자동용접 등 취부조립 및 자동용접 업무를 수행하면서 주·야간 교대 근무를 하였다.


나. 망인의 원칙적 근무형태는 주 단위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면서, 1주 평균 4일 근무하며, 주간근무는 08:00부터 17:00까지 매일 8시간씩(중식시간 1시간 제외), 야간 근무는 20:00부터 다음날 05:00까지 매일 7시간씩(야식시간 1시간 및 취침시간 1시간 제외) 근무하는 것이지만, 사망 전 12주간 근무내역을 살펴보면 실제로는 위와 같은 근무원칙은 잘 지켜지지 않았고 주·야간 근무일정도 불규칙적이었다.


다. 망인이 사망하기 전 12주간의 근무내역을 보면, 사망 전 1주간은 총 업무시간 47시간(그 중 야간근무는 30시간), 2주간은 총 업무시간 47시간(야간근무 10시간), 3주간은 총 업무시간 30시간(야간근무 30시간), 4주간은 총 업무시간 46시간(야간근무 10시간), 5주간은 총 업무시간 49시간(야간근무 40시간), 6주간은 총 업무시간 46시간(야간근무 10시간), 7주간은 총 업무시간 40시간(야간근무 40시간), 8주간은 총 업무시간 39시간(야간근무 20시간), 9주간은 총 업무시간 56시간(야간근무 40시간), 10주간은 총 업무시간 47시간(야간근무 10시간), 11주간은 총 업무시간 56시간(야간근무 38시간), 12주간은 총 업무시간 44시간(야간근무 10시간)이었다.


라. 망인은 2016. 10. 31. 휴무 후 2016. 11. 1.부터 2016. 11. 3.까지 3일 연속 10시간씩 야간근무를 하였고, 2016. 11. 4. 야간근무 중 갑자기 통증을 느끼고 조퇴하여 ○○병원 응급실로 가 ‘급성 심근염’(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 진단을 받았고, 2016. 11. 14.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마. 망인은 2016. 10. 31.부터 설사, 몸살, 미열 등이 동반된 상기도감염, 장염 등 증상이 있었다. 1심 및 원심의 각 진료기록감정 결과에 의하면, 위와 같은 초기 감염이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바. 망인은 2013년경 ‘출혈이 있는 급성 위궤양’을 앓은 것 외에는 특별한 기초질환이 없었고, 평소 건강에 이상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며, 체중과 혈압은 정상이고, 흡연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 망인의 동료근로자인 소외 2는 1심 법정에서, 망인은 협력업체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경력직으로 채용되었는데, 경력직이라는 이유로 신입사원들에 비하여 난이도가 높고 힘든 작업들을 많이 하였고, 망인이 근무한 △△△부는 2009년 신설된 부서로 신규입사자들이 많아 경쟁이 심한 분위기였다고 증언하였다. 또한, 2016년 8월 이후에는 연차소진 강요 및 연장근무 통제 강화로 인하여 실제 작업자 및 작업시간이 줄어든 상태에서 종전과 같은 작업량을 맞추어야 했기 때문에 단위시간당 업무강도가 높았다고 증언하였다.


아. 대우조선해양 주식회사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에 의하더라도, 통상 기선(갑)에서 기정(을)으로 진급되는 기간은 3년부터 5년까지인데, 망인은 3년차에 기정으로 진급하였다.


3.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망인은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만 37세의 건강한 성인 남성으로 평소 특별한 기초질환이 없었고, 업무상 요인 외에는 초기 감염이 이 사건 상병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에 이를 만한 요인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초기 감염이 발생한 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4일 연속 야간근무를 하던 중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나. 망인은 오랜 기간 불규칙적으로 계속되는 주·야간 교대제 근무를 하면서 육체노동을 하였으므로,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주·야간 교대 근무가 취침시간의 불규칙, 수면부족, 생활리듬 및 생체리듬의 혼란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그 자체로 질병을 촉발하거나 또는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가 신체의 면역력을 저하시켜 질병의 발병·악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두8145 판결,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 게다가 주·야간 교대 근무의 일정 및 주기가 불규칙적이라면, 근무자가 받는 피로와 스트레스 등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클 것이라는 점은 쉽게 추단할 수 있다.


다. 동료근로자의 증언이나 망인의 진급시기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평소 평균적인 동료근로자들보다 성실히 근무하였고, 그 업무 강도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망인이 근무한 작업장은 작업인력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어서 사측이 정한 휴무 일정 외에는 개인적인 사유로 연가를 사용하여 휴무하기는 어려웠던 상황으로 보인다.


라. 개정된 고시에 의하면, 망인의 업무는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등과 같은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업무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52시간에 미달하더라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관련성이 증가한다고 보아야 한다.


바. 결국 망인은 평소 주·야간 교대 근무 등으로 인하여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누적되어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초기 감염이 발생하였고, 그런데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야간근무를 계속하던 중 초기 감염이 급격히 악화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2주 동안 망인의 업무시간이 ‘개정 전 고시’에서 정한 1주 평균 60시간 기준에 미달한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망인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선수 
주심 
대법관 
이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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