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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직계가족 등을 특별채용하기로 하는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지를 판단하는 기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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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직계가족 등을 특별채용하기로 하는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인지를 판단하는 기준


사건번호 : 대법원 2016다248998
선고일자 : 2020-08-27



주 문

원심판결의 원고 1 패소 부분 중 피고들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1의 나머지 상고와 원고 2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원고 2의 상고로 인한 비용은 같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경위 

가.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85. 2. 1. 피고 기아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피고 기아자동차’라 한다)에 고용되어 피고 기아자동차의 소하리 공장 및 시화연구소의 간이금형반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8. 2.경 피고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이하 ‘피고 현대자동차’라 한다)의 남양연구소로 전적하여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08. 8. 25.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하 ‘이 사건 질병’이라 한다)으로 진단받은 후 2010. 7. 19. 이 사건 질병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상의 유족급여 등을 신청하였다. 근로복지공단 산하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2013. 10. 11. ‘망인이 피고 기아자동차에서 최소 15년 정도 벤젠에 노출되었고, 이 사건 질병과 벤젠의 인과관계가 분명하므로, 망인의 배우자가 유족급여를 청구한 상병은 산재보험법상의 업무상 사유에 의한 질병으로 인정된다’라고 판정하였다. 이 판정에 따라 망인의 가족들은 산재보험법이 정하는 각종 급여를 지급받았다. 

라. 원심이 이 사건에 적용된다고 본 피고 기아자동차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 제27조 제1항은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 채용 시 사내 비정규직,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에 대하여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단 세부적인 사항은 조합과 별도로 정한다.”라고, 제2항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과 6급 이상 장해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라고 정하였고, 피고 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 제97조는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하였거나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할 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라고 정하였다(업무상 재해로 인해 조합원이 사망한 경우에 직계가족 등 1인을 특별채용하도록 규정한 각 단체협약의 특별채용 조항을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라 한다). 

피고들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과 거의 비슷한 내용의 조항을 1990년대 중반부터 각자의 단체협약에 반복해서 두고 있다. 그리고 피고 기아자동차의 인사규정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과 6급 이상 장해로 퇴직할 시 해당 직원의 직계가족을 채용하는 경우’에는 특별전형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제7조 제4항 라호). 

마. 원고들은 망인의 자녀로 공동상속인들이다. 원고 1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근거하여 주위적으로 피고 기아자동차를, 예비적으로 피고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고용계약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한다. 또한 원고들은 피고 기아자동 차를 상대로 같은 피고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망인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을 구한다. 

2.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에 관한 판단(상고이유 제2, 3점) 

가. 쟁점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에 따른 이 부분 쟁점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인지 여부이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사용자의 고용계약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고,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우리 사회의 정의관념에 반하며, 유족의 생계보장의 필요성이나 취업 요건 등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사용자에게 직계가족 등 1인에 대한 채용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유족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에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다. 대법원의 판단

1) 민법 제103조에 의해 단체협약이 무효인지를 판단하면서 고려하여야 할 사정

가)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하고, 이러한 자주적인 단결체인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자유롭게 교섭하며,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하여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헌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뜻은 근로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단체교섭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여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의 실질적 자치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결국 헌법 제33조 제1항은 집단적 합의에 의하여 근로조건 등을 자기 책임하에서 합리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을 노사에 부여함으로써 이른바 협약자치를 보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상 노동3권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도 이를 반영하여 노사 간의 협약자치를 인정·존중하는 취지를 실현하기 위한 규정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가령 ①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에 관한 여러 사항을 규율하면서도 단체협약에 어떤 내용을 포함시켜야 한다거나 어떤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노사가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교섭을 통해 자치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였고, ②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주체와 절차에 관한 여러 규정을 두는 한편, 그러한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체결된 단체협약 중 ‘안전보건 및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과 같은 특정한 사항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여(제92조 제2호), 노사가 자율적으로 형성한 단체협약의 규범력을 강화하고 있다. 

나) 단체협약이 민법 제103조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는 없으므로 단체협약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면 그 법률적 효력은 배제되어야 한다. 다만 단체협약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단체협약이 헌법이 직접 보장하는 기본권인 단체교섭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자 헌법이 제도적으로 보장한 노사의 협약자치의 결과물이라는 점 및 노동조합법에 의해 그 이행이 특별히 강제되는 점 등을 고려하여 법원의 후견적 개입에 보다 신 중할 필요가 있다. 

다) 헌법 제15조가 정하는 직업선택의 자유, 헌법 제23조 제1항이 정하는 재산권 등에 기초하여 사용자는 어떠한 근로자를 어떠한 기준과 방법에 의하여 채용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자유가 있다. 다만 사용자는 스스로 이러한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노동조합과 사이에 근로자 채용에 관하여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 

사용자가 노동조합과의 단체교섭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조합원의 직계가족 등을 채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면, 그와 같은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러한 단체협약이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부는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유나 경위, 그와 같은 단체협약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과 수단의 적합성, 채용대상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의 유무와 내용, 사업장 내 동종 취업규칙 유무, 단체협약의 유지 기간과 그 준수 여부, 단체협약이 규정한 채용의 형태와 단체협약에 따라 채용되는 근로자의 수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용자의 일반 채용에 미치는 영향과 구직희망자들에 미치는 불이익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이 사건에 관한 판단

가) 앞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피고들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채용 기회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볼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볼 수 없다. 

(1)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업무상 재해에 대해 부담하는 보상 책임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의 보상 책임은 주로 산재보험법에 따라 이행되지만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이 법령이 정한 내용에 한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상 재해에 대해 어떤 내용이나 수준의 보상을 할 것인지의 문제는 그 자체로 중요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 피고들 노동조합은 업무상 재해에 대해 법이 정한 보상 외에 추가적인 보상을 받기로 함으로써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고,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의 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피고들은 노동조합의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포함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조합원인 근로자들의 업무에 대한 충실을 유도하고, 노동조합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 (가)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거나 우선채용하는 합의와 달리,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가족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무엇보다 소중한 목숨을 잃어버린 근로자의 특별한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가족 생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를 보호 또는 배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규정이다.

근로기준법과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상은 최소한의 것일 뿐 충분한 보호나 배려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족의 생계를 담당하던 근로자가 사망하는 경우 유족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것은 통상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고려하여 사용자가 부담할 재해보상 책임을 보충하거나 확장하는 내용의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여 실질적 공정을 달성하는 데 기여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나) 헌법 제32조 제6항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특별한 희생을 한 ‘국가유공자’, ‘상이군경’, ‘전몰군경의 유가족’이 우선적으로 근로의 기회를 부여받는다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규정과, 유공자 등에 대한 보상이나 사회적 보호라는 필요성에 기초한 입법정책적 재량에 근거하여 전몰군경의 유가족, 유공자 또는 그 가족 등에 대한 고용의무를 정하거나 이들에 대한 취업을 지원하는 내용의 규정이 담긴 법률(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특수임무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되어 있다. 이와 같이 특정한 범위의 사람에게 보상과 보호의 목적으로 채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법질서가 예정하고 있는 수단에 해당한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헌법 제32조 제6항과 앞서 본 법률들의 취지와 정신을 기업 단위에서 자치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 중 1인에게 채용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유족은 근로자가 사망하기 이전과 유사한 수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보상과 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3)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사용자가 ‘어떤 조건에서’, ‘누구를’ 채용할 것인지에 관하여 미리 정하는 ‘자기구속적인 약속’을 한 것으로, 국가가 사용자에게 누군가를 채용할 것을 강제하여 헌법상 보장된 채용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과 성격이 전혀 달라 양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

원심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라고 판단한 근거의 하나로 장래 불특정 시점에 불특정인과 고용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어서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자유권은 원칙적으로 국가권력에 의해 침해받지 않는다는 소극적 성격을 그 본질로 하는데,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국가에 의해 강제된 것이 아니라 피고들이 노동조합과 합의하여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체결한 것이므로 원심의 위 판단은 자유권의 성격을 오해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합의한 것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채용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행사한 결과이다. 단체협약 체결 당시의 피고들 의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법원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무효라고 선언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아니라 오히려 법원이 피고들의 채용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피고들의 사업장에서 극히 드물게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이 발생하는 경우에 비로소 적용되고, 결격사유가 없는 근로자로 채용 대상을 한정하고 있어서 최소한의 업무수행능력도 없는 등 일정한 범위 내의 자는 채용될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에게 전면적, 일률적, 무조건적으로 특별채용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도 없다.

(4) 피고들은 1990년대에 처음으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체결한 이래, 2년마다 노동조합과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을 새롭게 체결하면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계속하여 포함시켜 왔다. 피고 기아자동차는 취업규칙인 인사규정에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과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라 그동안 피고 기아자동차는 유족 9명을, 피고 현대자동차는 유족 52명을 특별채용하였다. 피고 기아자동차의 경우 이 사건이 진행 중이던 2016년에도 2명의 유족을 특별채용하였다. 

이처럼 피고들 사업장에서는 노사가 오랜 기간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유효성은 물론이고 그 효용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하여 이를 이행해 왔음을 알 수 있어 채용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평가하기 더욱 어렵다.

(5) 2019년 말 기준 피고 기아자동차의 매출액은 약 33조 원, 근로자 수는 약 35,600명 이상, 피고 현대자동차의 매출액은 약 49조 원, 근로자 수는 약 70,000명 이상에 달한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피고 기아자동차가 신규 채용한 근로자의 숫자는 5,281명이고 그중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른 채용인원은 5명으로 그 비율은 약 0.094%이다. 같은 기간 피고 현대자동차가 신규 채용한 근로자의 숫자는 약 18,000명이고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른 채용인원은 11명으로 그 비율은 약 0.061%이다.

이와 같은 피고들의 사업 규모, 피고들이 신규채용한 근로자 숫자 대비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른 유족 채용의 비율과 이에 더하여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피고들이 시행하는 공개경쟁채용 절차에서 유족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특별채용 절차를 예정하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른 채용이 피고들에 대한 구직희망자들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으로 인하여 피고들이 다른 근로자를 채용할 자유가 크게 제한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구직희망자들의 현실적인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도 없다. 

(6) 피고들과 각 노동조합이 오랜 기간 동안 정기적인 단체교섭을 거쳐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계속 포함시켜 왔고, 실제로도 이에 근거한 특별채용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았을 때 협약자치의 관점에서도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유효하게 보아야 함은 더욱 분명하다. 

나)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협약자치의 원칙과 민법 제10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의 적정성에 관한 판단(상고이유 제1점)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다(대법원 2017. 6. 8. 선고 2016다249557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 사유에 관하여 한 사실인정이나 비율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과실상계 또는 책임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원고 1 패소 부분 중 피고들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 1의 나머지 상고와 원고 2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2의 상고로 인한 비용은 같은 원고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위 2.)에 대하여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과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보충의견이 있다. 

5.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에 대한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민유숙의 반대의견

가. 반대의견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효력이 없다고 보는 이유는 업무상 재해로 인한 피해를 되도록 원상에 가깝도록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거나, 재해를 입은 근로자와 그 가족 등에 대한 보호 필요성을 가벼이 여기기 때문이 아니다. 업무상 재해로 인해 특별한 희생을 당한 사망 근로자와 그 유족이 재해로 입은 피해를 회복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사용자는 물론 우리 사회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함이 당연하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망인의 유족이 단체협약의 명문의 규정에 따라 마땅히 자신의 권리라고 판단하여 이를 실현하고자 피고들에게 채용을 청구하였다 하여 탓할 것은 아니다. 

노사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두는 것은 권장할 일이지만 그러한 대책은 실질적으로 공평하며 법질서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 반대의견은 그러한 대책이 유족과 같은 입장에서 절실하게 직장을 구하는 구직희 망자를 희생하거나, 사망 근로자 중 일부의 유족만 보호하고 다른 유족은 보호에서 제외하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나. 다수의견은 민법 제103조에 의해 단체협약의 무효 여부를 판단할 때에 헌법과 노동조합법이 협약자치를 보장하고 있음을 고려하여 법원의 후견적 개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헌법상 노동3권의 취지가 노사관계의 형성에 있어서 사회적 균형을 이루어 근로조건에 관한 노사간의 실질적인 자치를 보장하려는데 있는 만큼,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향상과 무관한 사항에 대한 노사합의까지 헌법에 의한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고 볼 수는 없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을 정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중요한 근로조건이라고 주장한다. 

근로조건은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일체의 조건으로, 임금·근로시간·근로의 내용·근로환경·복리후생·근로관계 종료의 사유나 절차 등 이미 형성된 근로관계를 전제로 한다. 사용자가 장차 새로운 근로관계를 창설할 상대방을 정하는 문 제는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조합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망한 조합원의 가족과 사용자 사이의 근로관계를 창설하도록 하는 취지여서, 보상이라는 목적을 감안하더라도 조합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조건과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헌법 제33조나 노동조합법이 특별히 보호하는 범위를 벗어나 있다.

다. 원심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다수의견은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노사합의는 민법 제103조에 의해 무효가 될 수 있지만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피고들의 채용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자신이 한 약속에 법적으로 구속되는 원리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근거한 것으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어느 일방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는 없다. 다수의견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피고들의 채용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본 부분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다수의견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구직희망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고,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이나 보호의 수단으로서 부적절하고 불공평하다는 점을 간과하였다. 

라. 1) 기업은 원칙적으로 자신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채용대상자를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누군가를 탈락시키고 누군가를 선발하는 것 자체를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사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사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어떠한 제한도 없이 자유롭게 채용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상의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을 포함한 모든 법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므로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 다만 기본권규정은 그 성질상 사법관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치게 된다(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헌법 제1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평등의 원칙을 선언함과 동시에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 사회공동체 내에서 개인이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희망과 소양에 따라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영위하는 것은 그 인격권 실현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므로 기업에 의한 평등권이라는 기본권의 침해는 민법 제103조를 통하여 사회질서 위반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논해질 수 있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다19864 판결 참조). 

따라서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의 필요성이나 업무능력과 무관한 채용기준을 채택하기로 노사가 합의하였고 그러한 기준이 기업의 규모와 근로자 수, 해당 기업의 일반적인 채용방식, 특정한 목적 달성을 위한 채용기준의 적합성, 관련 법령의 규정, 채용 기회의 공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에 비추어 볼 때 해당 기업에 대한 구직희망자들이나 다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어서 공정한 채용에 관한 정의관념과 법질서를 벗어난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가 정하는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법률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2)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구직희망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공정한 채용에 관한 정의관념과 법질서에 어긋난다.

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노사가 피고들의 개별적 필요성이나 채용 대상자의 업무능력과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차별적인 채용기준을 합의한 경우에 해당한다. 

나) 피고들은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한 대기업으로 대한민국의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상장기업들이다. 피고들의 기업 규모와 근로자 수를 고려하면 피고들은 공정한 방식으로 채용절차를 수행할 사회적 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다) 피고들은 인력 필요성 등 상황에 따라 특정한 시기에 대규모 공개경쟁채용을 시행하기도 하고, 수시채용이나 특별채용의 방식을 택하기도 하는데 어느 경우든 기본적으로 피고들에게 필요한 인력의 조건이나 인원수 등을 확정한 후 자격요건에 해당하는 구직희망자에 대한 면접이나 시험을 거쳐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 다시 말해 피고들의 필요에 입각하여 구직희망자들에게 공평한 채용 기회를 보장하는 방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피고들의 원칙적 채용 방식과 피고들의 기업 규모에 비추어 보면 구직희 망자들은 피고들이 자격이나 업무능력, 기업의 필요성에 따른 채용을 실시할 것이고, 자신들이 피고들에게 필요한 능력이나 자격을 갖춘 경우 공평한 절차를 통해 피고들에게 채용될 수 있다는 정당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라) 개별 법령 중에도 근로자를 채용할 때에 차별 취급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들이 있다. 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 제1항은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직업안정법 제2조는 ‘누구든지 성별, 연령, 종교, 신체적 조건, 사회적 신분 또는 혼인 여부 등을 이유로 직업소개 또는 직업지도를 받거나 고용관계를 결정할 때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들은 우리나라에서 채용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하는 법적 원칙을 선언한 것이어서 민법 제103조가 정하는 법질서의 내용이 된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사업주인 피고들로 하여금 근로자를 채용할 때 차별대우를 하도록 정하는 것이어서 위 각 법률 규정의 취지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수의견은 유공자나 그 가족에게 취업을 지원하는 규정을 둔 법률들을 예로 들면서, 보상과 보호의 목적으로 채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법질서가 예정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심이 지적한 바와 같이 다수의견이 든 법률의 취업 지원 규정들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법률의 형태로 규정되었고, 채용시험에서 가점을 주는 등 일정 수준의 경쟁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채용하도록 강제하는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과 다르다. 

마)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고려해야 한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과 같은 내용의 단체협약은 많은 청년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우량기업들의 노동조합일수록 도입하고자 하는 유인이 높아질 것이고, 실제로도 우량기업일수록 적용을 청구하는 유족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보조지표3에 따른 청년층의 확장실업률이 2019년 기준으로 무려 22.9%에 달하는 현실에서, 그러한 형태의 특별채용 조항은 부모의 일자리에 따라 자녀의 일자리가 결정될 수 있다는 신호를 주어 취업을 바라는 청년들에게 공정한 채용 기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좌절시키게 만들 수도 있다. 개별 기업이나 노동조합이 실업 문제를 해결할 직접적인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지만 피고들은 적어도 공정한 방식으로 채용절차를 수행할 책임이 있는 사회적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이러한 책임을 저버리고 노사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구직희망자들의 지위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은 것과 다를 바 없다. 

바) 노사관계법령과 여러 제도를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도록 정비하는 일은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국가적 과제임과 동시에 노동계의 지속적인 요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과 같이 조합원의 유족에게 일자리를 물려주는 방식은 국제적 기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업무상 재해에 대해 많은 국가들이 사회보험의 방식으로 유족에 대한 일정한 급여를 보장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재해보상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과 같거나 비슷한 취지의 단체협약 규정을 둔 사례를 찾기 어렵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보편적인 국제적 기준이나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공개경쟁채용 절차에서 유족을 우선채용하거나 가산점을 주도록 규정한 것이 아니라 요건을 갖춘 경우 별도로 특별채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으로 인해 채용되지 못한 사람’이 특정되지 않아 피고들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또는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구직희망자들이 구체적인 쟁송 절차에 나아가기 어렵다는 사정과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사회질서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본질적인 관련이 없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구직희망자들의 구체적인 채용청 구권을 침해하기 때문이 아니라 합리적 이유 없이 그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이다. 

오히려 차별대우를 받는 구직희망자들이 재판상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체협약의 당사자 일방이 단체협약의 무효를 주장하는 이러한 사건에서 사법부가 개입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3) 다수의견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업무상 재해로 인해 사망한 근로자의 특별한 희생에 대한 보상이자 유족의 생계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므로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미처 충분히 살피지 못한 또 다른 공정의 가치에 기초하여 보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사용자에게 업무상 재해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 또는 사망한 근로자에게 보상하거나 가족을 보호하는 수단이라고 하기에는 대단히 부적절하고 불공평하다. 

가) (1) 재해로 인하여 유족이 입은 손해는 ‘사망 근로자가 정년에 이를 때까지 근무하였을 경우의 임금 상당액’에서 ‘재해보상으로 받은 금액’을 공제한 금액 정도로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사망한 근로자의 잔여 근로기간, 사망 전 임금액과 무관하게 신규 채용된 유족의 나이를 기준으로 정년과 임금액이 새롭게 설정되도록 한다. 그 결과 사망 근로자가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채용되는 유족이 기준이 되어 보상의 정도가 달라진다.

(2) 사망 근로자에게 직계존속만 있다면 나이나 경력 등에 비추어 채용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채용되어 근로할 수 있는 기간이 짧을 가능성이 높다. 사망 근로자의 배우자(피고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유족은 그 보호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른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에만 특별채용이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신체검사 등을 통과하지 못할 정도의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라면 보호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음에도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신체가 건강하여 정상적으로 근로를 할 수 있는 가족’ 이 있는 경우만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단체협약에 포함된 이래 피고 기아자동차가 채용한 유족이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하고, 유족 중 2명이 신체검사 결과 불합격하여 채용되지 못한 점만 보아도 같은 단체협약 하에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가족들 사이에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혜택이 차별적으로 주어졌음을 알 수 있다. 

나) 다수의견은 피고들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장기간 체결하였고, 실제로도 유족을 특별채용해 왔다는 점을 근거로 특별채용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는 부단히 변천하는 가치관념으로서, 종전에 거듭된 관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관행의 적법성에 대한 확신이 시대 변화에 따라 흔들리거나 약화되어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면 효력이 부정될 수밖에 없다. 1인의 가장이 가족을 부양하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전제로 하는 방식의 보상과 보호가 피고들의 사업장 내에서 장기간 유지되어 왔다고 하더라도,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정당성과 합리성이 없다면 허용될 수 없다. 

과거 우리나라의 가족 형태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되어 남성 배우자가 가족의 생계와 부양의 책임을 지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의 가족 형태는 다변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부모로부터 독립한 후 혼인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른바 비혼 1인 가구와, 혼인을 통해 부부관계를 형성한 경우에도 자녀를 갖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망인이 사망한 2010년 무렵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피고들의 사업장에서 사망한 근로자가 가장이 아니거나 직계비속을 두지 않은 경우가 크게 증가하였을 것임에도, 피고들과 노동조합은 사망한 근로자가 ‘직계비속을 둔 가장’임을 전제로 직계비속을 채용하는 것이 사망 근로자에 대한 보상이자 사망 근로자의 유족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의제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자 및 그 가족들 사이에서도 현저한 불평등을 낳았다. 

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구의 소득 중 상당 부분은 자녀가 교육과정을 마치고 스스로 수입 활동을 할 때까지의 양육비와 교육비에 쓰인다. 그렇기 때문에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면 이 기간의 생계보장이 절실하다. 그런데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그 기간이 끝나 자녀가 스스로 수입 활동을 하게 되었을 무렵부터 자녀의 정년까지의 생활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사건에서도 망인이 사망했을 무렵 미성년자였던 원고 1이 대학을 졸업한 후에야 피고들에게 채용을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실제 목적은 유족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것이라고 봄이 합리적이다. 

마. 다음과 같은 사정까지 감안하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유효하다고 본 다수의견은 더욱 수긍하기 어렵다. 

1) 다수의견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가족 등을 특별채용하거나 우선채용하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수의견의 논거에 따라 살펴보면 그와 같은 특별채용이나 우선채용도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다수의견은 협약자치를 중요한 근거로 들고 있으므로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의 가족 등을 특별채용하거나 우선채용하는 단체협약도 협약자치라는 명분하에 최대한 존 중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장기근속을 통해 피고들에게 오랜 시간 기여한 근로자에게 보상하고 그 가족을 배려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어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목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피고들의 주장에 따르면 피고 기아자동차는 여전히 장기근속자 등에 대한 우선채용조항을 두고 있다고 한다. 다수의견은 선한 목적에 함몰되어 이와 같이 일자리 대물림으로 비판받을 수 밖에 없는 조항까지 보호하는 결과에 이르렀다. 

2) 우리나라의 업무상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데 비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자에 대한 양형기준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나 산재보험법이 피재 근로자나 유족 보호를 위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사법부를 비롯해 모든 국가기관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법원이 매년 발간하는 사법연감의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최근 10여 년간 제기된 산업재해 손해배상 소송은 소액사건을 제외하고도 매년 1천여 건 안팎에 이른다. 이러한 적지 않은 수치는 근로자나 유족이 산재보험급여를 받게 된 경우에도 그러한 보험급여로 인해 전보되지 않는 손해가 존재하며, 이를 배상받기 위해 사용자를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임을 보여준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들은 보험급여로 인해 전보되지 않는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 피고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고 그 청구액이 일부 인용되었다.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 역시 마찬가지여서, 근로자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의 승인을 받기 위해 장기간 소송을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의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책임자의 잘못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며, 재해를 당한 근로자나 유족이 어려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평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이러한 제도 개선과 특별히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의 공개변론과 재판 과정에서 원고들 대리인은 ‘노사는 이 사건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유족 중 1인에게 채용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중대재해사고 발생으로 인한 민사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형사사건에서 유족의 탄원서(처벌불원서) 등을 제출하여 형사책임 면제 또는 양형상의 이익을 향유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처럼 유족을 채용하는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한 보상에 대한 논의나 업무상 재해의 책임과 원인 규명을 봉합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바. 노사가 자치적으로 단체협약을 개정하여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삭 제하고, 노사합의로 다른 방식의 보상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피고들과 노동조합이 장기간 거듭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도 특별채용 조항을 폐지하려는 자치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이상 공정한 법질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하여 법원이 규범적으로 이 사건 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사.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반대의견은 업무상 재해에 대해 사용자가 보상하는 방식이 구직희망자와 같은 제3자의 희생을 기반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지 업무상 재해에 대한 사용자의 책임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피고들 역시 대법원의 변론 과정에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무효로 선언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 방안을 마련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는 등 다른 방식으로 보상 책임을 지는 것에 공감하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아. 결론적으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협약자치의 원칙과 민법 제10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위 부분에 대하여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재형의 보충의견

가. 먼저 이 사건의 기본적인 판단 구조에 대해 살펴본다.

이 사건에서 단체협약 중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사회질서를 위반한 법률행위의 무효를 정한 민법 제103조에 반하는지 문제되고 있다. 사적 자치의 한계를 정한 민법 제103조가 단체협약에 적용되는지를 판단하려면 사적 자치와 협약자치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단체협약을 법률행위로 볼 수 있는지, 단체협약에도 법률행위에 관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는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1) 모든 인간은 존엄성을 가진 동등한 주체로서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자율적인 결정을 통해 사적인 생활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사법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사적 자치의 원칙은 이와 같이 개인이 자신의 법률관계를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전문,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한다는 헌법 제119조 제1항이 사적 자치의 원칙에 관한 헌법적 근거이다. 

그러나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당사자 사이에 경제적·사회적 우열관계가 있는 경우 열악한 지위에 있는 당사자는 상대방과 대등한 지위에서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없다. 이것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가 근로계약관계인데, 근로자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근로조건 등을 정할 수밖에 없는 종속적인 관계에 있게 된다. 헌법 제33조는 다수 근로자가 결집한 단체의 힘으로 근로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를 회복하도록 하고자 노동3권을 보장한다. 이러한 노동3권에 기초한 협약자치는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구성하여 집단적으로 사용자와 교섭을 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서 사적 자치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2) 법률행위는 사적 자치의 원칙을 실현하는 법적 수단이다. 법률행위는 행위자가 원하는 대로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것으로서, 사법질서는 개인이 스스로 원하는 대로 법률관계를 결정하고 자유로이 형성하도록 도와주는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무제한적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 법률행위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다시 말해 일반국민이 반드시 지켜야 할 일반규범을 위반한 것일 때에는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 사회질서의 구체적 내용은 개별 사건에서 재판을 통해 밝혀짐으로써 사적 자치의 한계를 긋는 역할을 한다. 

위에서 보았듯이 노동3권에 따라 보장되는 협약자치는 실질적인 사적 자치를 지향하는 원리이기 때문에 사적 자치에 한계가 있는 것처럼 협약자치에도 한계가 있음은 당연하다. 협약자치를 실현한다는 명목으로 강행법규나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법률행위라는 것이 분명한 근로계약에 대해서는 강행법규 위반이나 사회질서 위반을 이유로 그 내용을 통제할 수 있는 데 반해, 근로계약의 주요 내용을 정하는 단체협약에 대해서는 아무런 통제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 

3) 민법 제103조는 법률행위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때 그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정하고 있으므로, 우선 단체협약이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단체협약은 협약체결능력을 가진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사이에 근로조건 그 밖에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과 노사관계의 제반 사항에 관하여 체결된 협약을 뜻한다. 단체협약의 성립은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른 계약 체결과 같은 형태로 이루어지고 당사자가 그러한 합의에 구속된다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계약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단체협약은 일반적인 계약이라고는 볼 수 없는 특질이 있다.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체결한 협약 내용이 소속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를 직접 발생시키는 효력을 가진다. 노동조합법 제33조는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그 밖에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제1항)고 정하여 강행적 효력을,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 또는 제1항의 규정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제2항)고 정하여 직접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조합원인 근로자는 근로자의 대우에 관해서는 단체협약의 기준을 밑도는 내용으로 개별 합의를 할 자유가 제한된다. 단체협약의 이러한 특수한 효력에 기초하여 단체협약은 계약이 아니라 법규범 그 자체라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노동조합법 제35조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상시 사용되는 동종의 근로자 반수 이상이 하나의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된 때에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사용되는 다른 동종의 근로자에 대해서도 해당 단체협약이 적용된다고 정하여 일정한 범위에서 이른바 일반적 구속력을 인정하고 있다. 노동조합에 가입조차 하지 않은 비조합원에게 직접 권리와 의무를 발생시키는 일반적 구속력 역시 단체협약이 일반적인 계약과는 매우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단체협약은 그 효력이 특수한 것일 뿐 일정한 법률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표시를 필수적인 요소로 하는 법률요건이라는 점에서 법률행위로서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단체협약이 서로 대립하는 당사자의 합의를 통해 각자의 권리와 의무를 정한다는 점에서 이를 계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취급하기는 어렵다. 노동조합법에서 단체협약의 체결과 내용에 관하여 세세한 사항을 모두 규율하고 있지도 않다. 다만 단체협약은 단체교섭을 통해, 때로는 쟁의행위를 거쳐 체결되고 위에서 보았듯이 그 효력이 계약과는 달리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률행위나 의사표시에 관한 민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거나 수정하여 적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결국 논의의 핵심은 단체협약이 갖는 특수성에 기초하여 민법의 법률행위 규정을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 것인지, 어떤 부분을 수정하여 적용하여야 하는지이다. 

대법원은 종래 단체협약 또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법률행위라고 보았다(대법원 2005. 9. 9. 선고 2003두896 판결,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26532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민법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행위 또는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법리를 전개하였다(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다14786 판결, 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7다18584 판결 등 참조). 

일반적으로 사회질서 위반을 이유로 무효라고 보는 법률행위의 예를 단체협약에 대입해 보면, 단체협약에 대해서도 민법 제103조에 따라 규율할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일방이 범죄행위를 하기로 하거나, 조합원들이 절대 사직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두거나, 동일한 근로를 제공하는 조합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기로 하거나, 결혼을 하면 퇴직하기로 정하는 경우 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단체협약 조항의 효력을 판단할 때에 민법 제2조, 제103조 등을 매개로 헌법상 기본권 규정을 고려하는 방법(가령 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도 생각할 수 있는데, 이 방법은 기본권 침해가 문제되지 않는 사안을 해결할 수 없으므로 민법 제103조에 따라 사회질서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에 비하여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단체협약은 그 효력에 특수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률행위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단체협약 중 일부인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대해서는 민법 제103조의 사회질서 위반 여부를 검토하여 그 효력을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단체협약은 법률행위와 다른 특질이 있기 때문에 단체협약이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나.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내용이 먼저 확정되어야 한다. 

1) 민법 제103조는 법률행위의 ‘내용’이 사회질서를 위반한 경우를 규율한다. 따라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규명해야 그것이 사회질서에 위반되는지 판단할 수 있다. 

법률행위의 내용은 행위자가 법률행위로 발생시키고자 하는 법률효과를 말하는데 그 효과의 발생은 의사표시의 내용, 즉 효과의사의 내용에 따라 정해진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조합원이 사망하는 일정한 사실이 발생한 경우에 사용자는 결격사유가 없는 한 사망 조합원의 직계가족 등 1인을 특별채용해야 한다. 특별채용은 경쟁을 제한하는 별도의 선발과정을 통해 직원을 채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사실이 발생할 경우 사용자는 특별채용 절차를 진행할 의무를 진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사용자의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업무상 재해로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 대응하는 사용자의 의무를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가 부담하는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 책임에 기초하여 금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상 이외의 추가 보상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제도는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를 그 지배하에 두고 재해 위험이 내재된 기업을 경영하는 사용자로 하여금 과실 유무를 묻지 않고 재해 발생으로 근로자가 입은 손해를 보상케 하려는 데에 목적이 있는 일종의 무과실 손해보상제도이다(대법원 1981. 10. 13. 선고 81다카3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조합원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에 대비하여 노사가 미리 특별채용이라는 방식으로 추가 보상을 합의한 것이다. 

민법 제394조는 손해배상의 방법에 관하여 “다른 의사표시가 없으면 손해는 금전으로 배상한다.”라고 정하고, 이 규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준용된다(민법 제763조). 따라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방법은 금전배상이 원칙이지만, 다른 방법으로 손해배상을 하기로 합의하는 것도 허용된다. 재해보상의 방법에 관하여 합의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당사자 사이에 금전이 아닌 방식으로 손해배상이나 손실보상을 약정하는 예가 드물기는 하지만, 이러한 방식도 민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과 같은 비금전 방식으로 손해를 보상하기로 하는 약정도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한 특별채용이나 우선채용 조항과는 분명하게 구별된다. 이러한 구별을 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일자리 대물림이라고 한다면 사안의 차이와 경중을 고려하지 않고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일반화의 오류에 빠진 것이 될 수 있다. 

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사회질서 위반을 이유로 무효로 되는지에 관하여 본다. 

1)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로 되는 사회질서 위반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사회질서에 반하는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사회질서에 반하는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와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를 포함한다(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2385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유형이 사회질서 위반 행위를 모두 포괄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법률행위는 위 유형에 해당하지 않으면 그 내용이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사용자의 재해보상의무를 보충하기 위하여 비금전 방식의 추가 보상 방식을 정한 것이고, 그 중심적인 내용은 결격사유가 없는 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직계가족 등 1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은 장래에 위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유가 발생했을 때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어서 내용 자체로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 밖에 재해에 대한 보상을 목적으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정하는 권리의무의 내용이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사정이 없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이행에 대가나 조건이 결부되어 있지도 않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단체협약에 둔 동기는 재해보상이므로 동기 역시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2) 우리 법질서는 사적 자치 또는 협약자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 제한은 강행법규에 위반되지 않는 한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사회공동체가 일반적으로 허용할 수 없는 한계를 넘어선 경우에 비로소 인정된다. 그러한 한계를 넘어섰는지는 개별 사안에서 특정한 법률행위를 두고 서로 충돌하는 법익의 형량을 통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사용자의 자유권을 침해하는지 문제된다.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채용의 자유를 가진다. 사용자는 법령에 반하지 않는 한 언제 어떤 사람을 어떠한 방식으로 채용할 것인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사용자인 피고들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합의하였으므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사용자의 의사에 부합한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사용자가 가지는 채용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실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자유, 이른바 불채용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도 아니다. 당사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 다음 계약의 구속력으로 말미암아 계약자유의 원칙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구속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은 사회질서 위반을 이유로 무효가 될 수 있다. 가령 근로자가 퇴직 후 일정한 영업을 제한 없이 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을 들 수 있다. 이것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약정이 주로 문제되고, 사용자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이유로 사회질서 위반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으로 사망 근로자의 유족 중 한 사람을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에 특별채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 유족에게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채용하지 않을 권한이 유보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항이 사용자의 자유를 지나치게 구속하는 약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구직희망자 등 제3자의 이익이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는지 문제된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 중 1인을 채용하는 경우 제3자의 이익이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렵다. 이 사건 특별채용 절차로 말미암아 언제 어떤 구직희망자가 채용되지 못하는 결과가 될지 불분명하다. 이러한 조항은 성별, 인종, 종교, 출신 등을 이유로 특정한 범주의 사람들을 채용에서 배제하는 합의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 이러한 합의는 그러한 사람들의 이익이나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데 반하여,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고 사망한 사람 대신 그 유족이 채용되는 것이어서 제3자에게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법률행위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지를 판단할 때 공공의 이익이나 사회통념 이외에 제3자의 이익이나 권리를 고려할 수 있으나, 제3자의 이익이나 권리를 고려하여 사회질서를 위반한 것이라고 하려면 법률행위가 특정한 제3자의 이익이나 권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거나 장래에 미칠 가능성이 뚜렷한 경우여야 한다. 이 사건과 같이 제3자가 존재하는지조차 불분명한 경우 제3자의 이익이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법률행위를 사회질서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 다수의견에서 본 것처럼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이라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보상으로서 유족의 생계 보호를 위한 수단이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무효라고 하는 것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유족이 가지는 채용에 대한 기대와 권리를 저버리는 결과가 된다. 유족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성립에 전혀 관여한 바 없기 때문에 유족의 이러한 기대와 권리를 박탈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유족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신뢰하여 그에 따라 삶의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그러한 신뢰는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 

라)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정도에 이르면서 채용의 공정은 중요한 가치로 인정되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조합 모두 공정한 채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에 대한 보상의 방식으로 결격사유가 없는 유족 중 1인을 특별채용하기로 한 약정을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어떠한 내용의 단체협약 조항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그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노사가 노동조합법에 따라 교섭을 진행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 중 한 사람을 채용하기로 한 것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유지하는 것은 채용의 공정이라는 가치를 훼손하여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제도가 확립되었는데도 이와 같은 조항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는 뚜렷한 근거가 없는데도 이를 무효라고 하는 것은 노사에게 보장된 자율의 영역을 과도하게 축소시키는 결과가 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한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김상환의 보충의견

가. 머리말

반대의견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구직희망자와 조합원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일자리의 공적인 성격에 주목하면 사기업인 피고들도 채용의 공정성을 실현하여야 할 사회적 책임을 부담하므로 근로자 채용과 관련하여 일정한 법원칙에 구속되어야 한다는 원리를 피력했다는 점에서, 반대의견에는 경청하여야 할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반대의견이 제시하고 있는 근거들만으로는 노사의 자율적 합의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한 상황’에 대한 대책으로 마련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무효로 평가하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부연 설명하면서 다수의견을 보충하고자 한다. 

나. 민법 제103조를 근거로 한 단체협약의 내용 통제와 관련하여 

1) 법원이 민법 제103조를 근거로 단체협약의 내용을 살펴 그 무효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단체협약이 헌법에 근거를 둔 노사의 자치규범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제33조가 명시한 노동3권은 국가권력의 침해에 대한 소극적 방어권의 성격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관련 영역의 법질서를 형성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할 객관적 헌법 가치로서의 의미도 함께 갖는다. 이에 따르면 노동3권을 실현한 결과물로서의 단체협약은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당사자 사이의 일반적인 합의로서 쌍방을 구속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사관계에서 자치규범의 역할을 하게 된다.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은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고 하여 강행적 효력을, 제2항은 근로계약에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 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된 부분은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고 하여 직접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이 예정한 단체협약의 규범적 지위에 터 잡은 규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단체협약이 헌법과 이를 구체화한 법률에 따라 부분사회(기업) 내에서 자치규범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에 주목하면, 법원은 민법 제103조를 근거로 단체협약의 내용을 통제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헌법이 형성한 법질서로서의 노동3권과 협약자치를 존중하는 입장에 설 필요가 있다. 

특히 사용자가 경제적·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으면서도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통해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위해 스스로 일정 부분 양보하여 합의한 사항의 효력을 법원이 사후적으로 민법의 일반조항인 제103조를 근거로 부정하는 것은 경제적·사회적 약자 보호를 통해 실질적 평등을 달성하고자 하는 헌법과 노동관계법의 취지에 반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도, 법원의 후견적 개입은 더욱 자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근로조건 등에 관한 단체협약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 것으로 보아 민법 제103조에 따라 그 효력을 전적으로 배제하기 위해서는, 노동3권의 위와 같은 헌법적 의의를 고려하더라도 문제된 단체협약의 내용이 관련된 사람의 헌법상 기본권이나 또 다른 헌법적 법익 내지 가치를 사회통념상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과도하게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제시되어야 한다. 

2) 다수의견은 민법 제103조의 의미와 기능을 고려한 결론이기도 하다.

당사자들이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만든, 자치규범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단체협약이 민법 제103조가 규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그에 위반되는 것인지를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라는 개념 자체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적 경험과 관점 혹은 이해관계 등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매우 불확정적이고 추상적인 가치 개념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사정 하에서 민법 제103조에 관한 법원의 판단이 당사자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안정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법원이 보다 객관적이고 규범적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법원이 민법 제103조를 매개로 어떤 법률행위가 당대의 사회 상황 등에 비추어 바람직한 내용과 방향성을 지닌 것인지 여부 등을 일일이 따지게 된다면, 그에 관하여 보편적으로 납득 가능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이 자율적인 의사와 이해관계 등에 따라 자신들의 법률관계를 형성할 자유, 즉 사적자치의 원칙에 대한 지나친 후견적 개입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은 기본적으로, 어떤 법률행위가 헌법이 기본권 규정 등을 통해 추구하거나 예정하는 객관적 가치질서에 위반되는지 여부의 관점에서 민법 제103조를 해석·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것이 전체 법질서의 핵심적 가치만큼은 사법(私法)적인 법률관계에서도 실현되도록 하려는 민법 제103조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

다. 반대의견의 논거에 대한 반론 

1) 반대의견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유족과 사용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창설하도록 하는 취지이지 조합원과 사용자 사이의 근로조건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어서 노동3권에 기초한 특별한 보호를 받는 범위 내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법률관계가 창설된다는 점에 주목한 나머지, 근로조건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이해하는 것이어서 동의하기 어렵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에 대한 보상의 일환으로 규정된 것이고,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이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는 점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설령 근로조건의 범위에 관하여 가장 엄격한 견해를 취하여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내용이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더라도 반대의견의 관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사용자인 피고들이 처분 가능한 사항에 관하여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거쳐 합의한 것으로서 적어도 단체협약의 채무적 부분에 해당하는데, 단체협약의 채무적 부분 역시 헌법 제33조와 노동조합법의 보호를 받는 범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2) 반대의견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기업의 채용 필요성이나 업무능력과 무관한 채용기준을 채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다. 

물론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임을 요건으로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의 채용 필요성이나 업무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용기준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 근로자의 사망으로 인해 발생한 빈자리를 보충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채용 필요성은 존재한다. 또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라 채용되기 위해서는 ‘결격사유’가 없어야 하고, 일단 채용된 후 피고들에 의해 적합한 업무에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업무능력과 무관한 방식의 채용이라고 볼 수도 없다. 

3) 반대의견이 구직희망자들이 처한 현실적인 어려움 등을 강조한 부분에는 깊이 공감하나, 그렇더라도 그것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과 직접 연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 반대의견의 논거에 반론을 제기하기에 앞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는 쉽게 외면할 수 없는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근로자가 사용자의 귀책사유 혹은 업무상의 이유로 사망한 상황’의 아픈 무게감을 노사가 공동으로 인식하여 마련한 것이라는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의미는 그 자체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 어떠한 정당한 명분도 없이 단순히 일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심을 타당하지 않다고 보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업무상 재해로 인해 일하는 사람이 죽음에까지 이르는 일은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임에도 우리나라의 업무상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수년 사이에도 일일이 거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업무상 사고가 발생하였고,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우리 사회가, 법과 제도가 근로자가 일하는 환경과 안전을 외면하고, 소홀히 다루고, 방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가와 사회공동체 모두는 일터를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1차적인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음은 당연하다. 그러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재해가 발생하였고 특히 근로자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 원인을 따지고 잘못을 가려내어 피해 발생이 누구의 잘못에 기인한 것인지를 가려야 함은 물론 특별한 희생을 당한 근로자와 유족이 재해로 인해 입은 피해를 회복하고 치유할 수 있도록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함은 지극히 타당하다. 

근로기준법은 업무상 재해에 대한 사용자의 보상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산재보험법은 근로자와 유족이 각종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법이 규정하고 있는 보장과 보상이 업무상 재해로 인해 입은 피해의 완전한 회복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재해보상 책임을 부담하는 사용자가 법률로 보장된 것 이외의 추가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노사합의에 따라 자신이 부담할 재해보상 책임을 보충하거나 확장하는 것은 장려되어야 할 일이지, 법률로 보장된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부정적으로 바라볼 것은 결코 아니다. 

가족이라는 부양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가 수행하던 직업을 유족이 승계하도록 하는 것은 피해의 원상회복에 가장 가까운 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 

나) 우리 사회의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기본권인 근로의 권리가 제대로 실현될 수 없는 상태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회의 모든 역량이 투여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가는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여 근로자의 고용 증진에 노력할 헌법상 의무가 있고, 피고들 역시 우리 사회에서 국가와 사회구성원들의 기여를 받아 성장한 이른바 국민기업인 만큼 청년실업 문제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해야 할 책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가족에 대한 보상과 부조 차원에서 마련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청년실업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 수립 및 올바른 해결에 어떠한 방해가 된다고 볼 근거는 찾을 수 없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따른 그동안의 채용 규모와 실태 그리고 다음의 사정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피고들은 근로자를 채용할 때 다수의 응모자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공개채용을 원칙으로 하되, 일정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특별전형에 의한 특별채용을 하고 있다. 피고 기아자동차 인사규정 제7조 제4항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해당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보직예정 직무에 대한 풍부한 경험 및 능력을 가진 소수를 채용하는 경우, 법령에 따른 고용명령에 의한 경우, 긴급충원에 필요한 소정인원을 채용하는 경우, 기타 공개경쟁으로 채용함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자를 채용하는 경우에는 특별채용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공개채용과는 구별되는 여러 특별채용이 인정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의한 특별채용이 곧 구직희망자들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이 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피고들은 이 사건에서 주로 ‘공정하게 채용될 구직희망자의 권리’를 자신들의 주장의 주된 근거로 내세우고 있고 반대의견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피고들이 과연 ‘자신들에 대한’ ‘공정하게 채용될 구직희망자의 구체적인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구직희망자들이 피고들에게 공정하게 채용해줄 것을 청구하거나 불공정한 채용기준 또는 절차 등으로 말미암아 채용되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근로자지위확인 또는 손해배상 등을 청구했을 경우, 과연 피고들이 그 청구에 응할 것인지, 또한 피고들이 거부하여 구직희망자들이 소송에 나아간 경우 법원이 이를 인용할 수 있을 것인지는 매우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절박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법적 권리로까지 인정하기 어려워 보이는 ‘공정하게 채용될 것이라는 구직희망자의 기대나 희망’을 근거로 노사의 합의에 의하여 법적 권리로 평가될 수 있는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무효로 한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4)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함한 모든 경우에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하고 또한 사회변화의 추세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음을 지적한 반대의견은 귀담아들을 부분이다.

그러나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에 대한 보상으로서 유족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목적을 전제로 하면, 유족의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반드시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다. 산재보험법 역시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와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유족보상연금수급자격자 수에 따라 유족보상연금을 다르게 산정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직계비속이 있는 근로자의 유족과 그렇지 않은 근로자의 유족이 다른 보상을 받게 되는 결과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내포한 다른 문제점들은 다양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사회 변화에 맞추어 적절하게 보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다. 모든 사회복지나 부조제도는 완벽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로 인해 일부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불공평하게 혜택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 모두의 혜택을 없애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결론이다. 

라. 반대의견의 고언에 대하여 

1) 사법부를 비롯해 모든 국가기관은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률이 높은 데 비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자에 대한 양형기준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나 산재보험법이 재해를 입은 근로자나 유족 보호를 위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반대의견의 고언에 적극 공감한다. 또한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의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책임자의 잘못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며, 재해를 당한 근로자나 유족이 어려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평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대의견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위와 같은 문제의식과 제도 개선의 방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관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적절한 보상에 대한 논의나 업무상 재해의 책임과 원인 규명을 봉합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반대의견은 기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는 관련 법령을 엄격하게 집행하고 미흡할 경우 관련 법령을 제·개정하여 집행하면 될 문제이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업무상 재해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의 원인 또는 그 결과일 수 있다는 취지의 견해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2) 반대의견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과 같은 단체협약을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제적인 기준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사관계의 전통이나 제반 법제도의 영향에 따라 단체협약의 내용은 국가별로, 지역별로, 산업별로, 사업장별로 다른 것이 당연하다. 특정한 내용의 존부가 국제적인 기준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노사가 자율적으로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을 공서양속 위반을 이유로 부정하는 사례가 다른 나라에도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효력을 민법 제103조를 들어 부정하는 것이야말로 국제기준에 어긋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 피고들과 노동조합이 오랜 기간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유지해온 것은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의 필요성이나 효용성에 서로 동의하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노사가 개선할 수 있다. 실제로 피고 현대자동차와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을 개정하면서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 조합원의 자녀를 우선채용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삭제하였다. 이는 노사가 사회적인 책임까지 고려하여 단체협약을 개선할 역량이 있음을 보여준다. 법원의 후견적인 개입이 없더라도 피고들과 노동조합은 자신들을 향한 여러 문제 제기를 충분히 감안하여 관련 제도를 운용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 
주심  대법관  김상환  
대법관  노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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