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판례
내용
직장 내 성희롱을 이유로 한 노동조합으로부터의 제명 조치는 정당하다
사건번호 : 울산지법 2018가합21971
선고일자 : 2019-10-30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피고가 2018. 3. 26. 원고에 대하여 한 제명결의(이하 ‘이 사건 제명결의’라고 한다)는무효임을 확인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원·피고의 지위
피고는 ○ ○ 복지공단(이하 ‘공단’이라고만 한다) 근로자를 조합원으로 하는 기업별 단위 노동조합이고, 원고는 2001. 12. 17. 공단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피고 조합원으로활동하면서, 2017. 1.경부터는 피고의 본부장 지위에 있던 사람이다.
나. 이 사건 제명결의
원고는 2018. 2. 12. 조합원 격려차 공단 인재개발원지부 소속 조합원들과 숙소에서 술을 마시던 중 첫 대면인 이성 조합원에게 개인 사용 숙소의 호수를 물어보고, 그조합원의 머리와 얼굴을 만지는 행위(이하 ‘이 사건 비위 행위’라 한다)를 하였다. 이에피고는 2018. 3. 26.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위 비위 행위는 피고 규약(이하 ‘이 사건규약’이라 한다) 제56조 제1호 아목에서 정한 제명 사유에 해당함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제명결의를 하였다.
다. 이 사건 규약 중 관련 내용
라. 원고에 대한 형사재판 경과
1) 원고는 2018. 7. 31. 이 사건 비위행위 즉, 강제추행죄를 저질렀다는 아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2) 울산지방법원은 2019. 1. 10. 원고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는데(2018고단2204), 그 판결 이유의 요지는 ‘신체접촉 부위, 접촉 정도와 경위, 접촉 후의 피해자 또는 동석자의 반응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원고이다. 이하 같다)의 손이 대화 중 피해자의 머리나 어깨, 얼굴 부위에 닿은 행위에 어떠한 성적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징계사유로서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함은 별론으로 하고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추행의 정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3) 그러나 위 사건의 항소심은 2019. 8. 22. 위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에 대하여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하였는데(울산지방법원 2019노83호), 그 판결 이유의 요지는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 진술은 그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을 비롯하여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대화를 하면서 손을 휘젓거나 제스처를 취하다가 피고인의 손이 피해자에 닿은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머리, 얼굴, 어깨를 쓰다듬는 등의 방법으로 만진 사실을인정할 수 있으며, 그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행위에 해당하고, 나아가 피고인에게는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4)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원고가 2019. 8. 23. 상고하였다.
[인정 근거] 생략
2. 원고의 주장
가. 원고는 피고 조합원이자 조합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본부장이라는 이중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노동조합 본부장 징계에 관한 특별규정인 이 사건 규약 제66조 제5 항의 탄핵절차 즉, 해당본부 조합원 3분의 1 이상의 연서로 발의하고 재적인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인원 3분의 2 이상 찬성의 의결을 거친 이후에만 징계가 가능함에도, 그러한 탄핵절차를 거치지 않고 원고의 조합원 지위를 상실시킨 이 사건 제명결의는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무효이다.
나. 관련 형사 제1심 판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비위행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원고에게는 제명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 이 사건 규약에 따르면 자격정지와 같은 다른 징계방법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조합원 지위 자체를 박탈하는 제명의 징계를 택한 점, 주변에 동석자가 여러 명 있는 상황이었던 점, 이는 원고 개인의 단결권을 심각하게 제한하여 침해에 이르는 점 등에비추어 보면, 이 사건 제명결의는 징계의 양정에 있어서 재량권을 일탈하였다.
3. 판단
가.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
위 기초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제명결의는 이 사건 규약에 따라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제명결의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조합원의 징계와 본부장의 탄핵은 해당 절차 요구권자, 사유, 결의의 주체 및 요건, 절차, 효과가 모두 상이한 별개의 절차이다. 즉, 조합원의 징계는 열거된 징계사유가 있는 조합원에 대하여 위원장 등이 징계를 요구하고 운영위원회 결의로써 징계여부 및 정도를 정하는 것이고, 본부장의 탄핵은 본부장이 규약을 위반한 경우 해당본부의 일정 수 이상 조합원이 탄핵을 발의함으로써 절차가 개시되고 해당 본부 조합원들의 의결로서 자신들의 대표인 본부장의 지위를 상실시키는 것이다.
2) 피고 위원장, 본부장 등의 탄핵은 규약 위반이라는 폭넓은 사유만으로도 요건에 해당하나 조합원들의 발의로 개시되어 위원장의 경우 총회 특별결의, 본부장의 경우 해당 본부 조합원의 결의가 필요하므로, 결국 전체 또는 해당 본부 조합원의 의사가 그 핵심이 되는 반면, 조합원의 제명은 이 사건 규약 제56조가 정하는 사유, 예컨대조합의 파괴 또는 전복을 목적으로 행동한 자(가.목), 조합의 각종 선거에서 부정투표를 감행 또는 선동한 자와 고의적으로 선거를 방해한 자(다.목) 등 매우 중대한 사유만을 그 요건으로 하고, 위원장 또는 재적대의원 5분의 1 이상의 발의와 대의원회의 결의가 필요하며, 피징계자를 위한 불복 절차도 마련하고 있으므로, 징계사유의 존부와징계 양정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3) 피고 본부장은 물론 어느 직에 있는 조합원에 관하여도 제명 이전에 탄핵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명문 규정이 없고, 탄핵절차가 징계절차의 일반적인 선행절차도 아니다.
4) 조합원 자격이 상실되면 당연히 본부장 피선거권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조합원의 제명이 본부장 탄핵의 효과를 필연적으로 불러오기는 하나, 조합원 징계에 관한 기준이나 절차는 그 사유에 해당하는 조합원이 특정 보직을 맡고 있는지, 민주적 정당성이 있는 보직을 맡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모든 조합원에 대하여 공평하게 적용되어야할 필요성이 있고, 본부장이라고 하여 더 완화할 이유가 없다.
나. 제명 사유를 결하였는지 여부
살피건대, 원고가 조합원 격려차 마련된 술자리에서 첫 대면인 이성 조합원에게 개인 사용 숙소의 호수를 물어보고, 그 조합원의 머리와 얼굴을 만진 사실은 앞서 본바와 같고, 앞서 본 관련 형사판결의 내용, 을 제7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들 즉, 직장 내 성희롱 행위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2조에 의해 엄격히 금지되는 행위로서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포함하는 점, 이는 형사상 강제추행죄와 유사한 의미로 이해되지만 더 범위가 넓으므로 형사상 강제추행죄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에도 위 법률이 금지하는 성희롱 행위에는 해당될 수 있고, 그러한 취지에서 관련 형사 제1심 판결 역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논외로 하고 형사상 책임에 관하여만 판단한 점, 관련 형사 항소심은 이사건 비위행위에 대하여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인정한 점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비위행위는 강제추행죄 성립 여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하더라도 적어도 금지된 직장 내 성희롱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거의 이견이 없다고 할 것인바, 따라서 원고에게는 이 사건 규약 제56조 제1항 아.목의 제명 사유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제명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재량권 일탈 여부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그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0890, 6090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위 인정 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규약은 조합원들의 결의를 거쳐 제정된 것으로 ‘직장 내 성희롱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행위’를 제명 사유로 삼은 것은 조합원들의 의사에 따른 것인 점, ② 공단은 물론 피고 역시 그러한 직장 내 성희롱을 근절하기 위해 수시로 성희롱 예방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고, 윤리규정, 공단 임직원 행동강령 등에 성희롱 금지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점, ③ 이 사건 비위행위 발생시각이늦은 밤이었고, 범행 장소 역시 숙박동으로 피해 조합원이 임시숙소로 쓰고 있는 건물과 같은 건물이었는데, 원고는 음주 상태에서 계속하여 위 조합원의 숙소 호수를 물어보고, 그 과정에서 머리와 얼굴을 여러 차례 만졌으므로 그 성희롱의 정도가 경미하지 않은 점, ④ 피고는 그동안 성희롱 또는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를 해임 또는 파면하여왔고 본부장인 원고 역시 성희롱에 대하여 피고가 엄중히 대응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인 점, ⑤ 이 사건 제명결의에는 불복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점(다만 원고가 불복하지 아니하였다)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를 제명한 것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거나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용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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