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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에게 발병한 뇌출혈이 출근 중 발생한 교통사고 직후 그 사고의 영향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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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근로자에게 발병한 뇌출혈이 출근 중 발생한 교통사고 직후 그 사고의 영향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

* 사 건 : 서울행정법원 판결 2023구단53020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판결선고 : 2024.07.17.

【주 문】

   1. 피고가 2021.12.28.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1952.**.**.생)는 ㈜H(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소속 근로자로서 락카룸 관리, 사우나 정리, 청소 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나. 원고는 2019.3.26. 04:37경 이 사건 사업장으로 출근하기 위하여 (차량번호 생략) C 승용차를 운전하여 **시 **구 앞 ***교에서 *군단 방면의 편도 2차로로 운행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하여 역주행을 하다가 반대편 차선의 갓길에 설치된 전신주를 앞 범퍼로 충격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다. 원고는 2019.3.26. 05:04경 119구급차를 통해 D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고, 담당 의사로부터 ‘개방창이 없는 대뇌출혈, 기저핵의 뇌내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로 진단받았으며, 2021.7.1.경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 또는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요양급여신청을 하였다.

   라. 피고는 2021.12.28. ‘이 사건 상병의 상태가 외상과 관련이 없는 자발성 뇌내출혈로 확인되어 이 사건 상병이 선행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원고의 이 사건 상병 발병 전 1주간 업무시간이 직전 2주~12주간 업무시간보다 30%이상 증가하지 않았고, 발병 전 4주간 및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만성 과로 인정 근무시간에 미달하며, 불규칙적인 교대제 근무로 인한 업무부담 가중요인은 인정되나 그 이외에 다른 가중요인은 확인되지 않아 이 사건 상병의 유발에 있어서 업무적 부담 요인은 높지 않다고 판단되고, 원고가 이전에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으로 치료받은 이력이 확인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원고에게 요양불승인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5, 7, 8호증, 을 제3,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 출근하기 위하여 03:00경에 일어나 04:00경부터 차량을 운전하던 중 졸음운전을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사고로 인하여 차량 내부에 연기가 가득 차고 가스 냄새가 나는 등 급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두려움과 놀람으로 교감신경계가 항진되어 혈압이 상승하면서 이 사건 상병이 촉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설령 이 사건 상병이 먼저 발병하여 원고의 의식이 저하됨에 따라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할 때 적절한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업무상 과로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교대제 업무를 하면서 근로시간이 자주 변경되어 생체리듬이 깨진 것이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내지 촉발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판단

   1) 사안의 쟁점

   원고가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시 새벽조(05:00~14:00) 근무를 위하여 04:00경에 자택인 ‘고양시 덕양구’에서 출발하여 이 사건 사업장이 위치한 ‘파주시’까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을 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사실상 다툼이 없다. 만약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졸음운전을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 사건 사고의 영향으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것이라면, 이 사건 상병은 출퇴근 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 반면 피고의 주장과 같이 먼저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여 원고가 의식을 잃으면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면, 이 사건 상병은 출퇴근재해에 해당하지 않고, 평소 원고의 업무상 과로로 인하여 발병한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이 사건 사고의 원인

   갑 제7, 11, 12, 14, 15, 21호증, 을 제9호증의 각 기재 내지 음성과 이 법원의 E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출퇴근 운전 중 졸음운전을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봄이 합리적이다.

   가) 트럭 운전기사 ○○○은 ‘원고의 승용차가 이 사건 사고로 전신주를 충격한 상태로 정차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내부를 살펴보니 원고가 발버둥을 치면서 움직이려고 하였다. 이에 운전석 문을 열려고 하였으나 문이 파손되어 열리지 않아 뒷문을 열었다. 승용차의 내부에는 연기가 꽉 차 있고 매운 냄새가 나서 불이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원고는 무릎까지 에어백이 터진 상태에서 자신을 붙잡고 밖으로 나오기 위해 움직이려고 하였다. 원고를 차에서 빼내려고 하다가 2차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119에 신고를 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119가 도착하였으며 경찰도 도착하였다. 원고가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의심되어 경찰에게 원고가 의식이 있으니 음주를 하였는지 한번 확인해 보라고 하였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즉, 트럭 운전기사 ○○○의 목격자진술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직후 의식과 움직임이 있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나) 트럭 운전기사 ○○○은 2019.3.26. 04:38경 119에 신고하였고, 119구급차는 04:44경 이 사건 사고 현장에 도착하였다. 구급활동일지에는 원고의 의식상태는 ‘명료’, 동공 반응은 좌우 모두 ‘정상’, ‘반응’으로 기록되어 있다. 119구급대원이 이 사건 사고현장에 도착하여 응급조치를 취한 후 같은 날 05:01경 원고를 인근 D병원에 후송할 당시까지 원고는 의식이 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직업환경의학과 진료기록 감정의는 ‘만약 이 사건 상병(뇌출혈)이 선행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이 사건 사고 발생 후 의식이 뚜렷하거나 정상적인 거동을 보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뇌출혈과 관련된 신경학적 증상과 모순될 수 있다.’는 의학적 견해를 밝혔다. 경험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만약 원고가 운전 도중 갑작스럽게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여 의식을 잃고 역주행하다가 전신주를 충돌하기에 이르렀다면, 이 사건 사고 직후에도 의식을 잃은 상태가 유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 사고 직후 원고의 의식상태가 명료하고 동공 반응도 정상이었다는 점은 이 사건 상병(뇌출혈)이 이 사건 사고에 선행하였다고 볼 수 없는 유력한 근거가 된다.

   라) 원고는 2019.3.26. 05:04경 119구급차를 통해 D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다. D병원의 진료기록에는 원고의 의식이 혼미하여 문진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간호정보조사지에는 입원동기가 ‘운전 중 의식 떨어지며 단독으로 전신주에 충돌하는 사고 발생하여 내원함’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경찰의 2019.4.13.자 수사결과 보고서에는 ‘피의자(원고)가 순간 뇌경색 증세로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간호정보조사지 및 수사결과보고서의 기재 내용은 원고 본인이 의식을 회복한 후 진술한 내용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가족의 추정적 진술 등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사고 직후 원고의 의식상태를 직접 확인한 운전기사 ○○○의 진술 및 119구급대원 작성의 구급활동일지의 기재와 배치되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

   마) 원고는 2019.3.23.(토요일)에는 말번조(13:00~23:00) 근무를 하고서 23:25경에 퇴근하여 약 40~50분 정도 운전하여 집에 도착하였고, 2019.3.24.(일요일)에는 새벽조(05:00~14:00) 근무를 하고 14:00경 퇴근하였으며, 2019.3.25.(월요일)은 휴식을 취한 후 2019.3.26.(화요일) 새벽조 근무를 위해 03:00~04:00경에 일어나 04:00경에 자택을 출발하여 이 사건 사업장으로 향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원고가 새벽조 근무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05:00경까지 출근하기 위해 04:00경부터 운전을 하다가 졸음운전을 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3) 이 사건 사고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간의 상당인과관계

   갑 제13호증, 을 제11, 12호증의 각 기재와 이 법원의 E병원장 및 G병원장에 대한 각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의 일부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의 기저질환에 이 사건 사고가 겹쳐서 이 사건 상병이 유발 또는 악화된 것으로 추단되므로, 이 사건 사고와 이 사건 상병의 발병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위 2)항에서 본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상병의 증상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직후부터 원고가 D병원 응급실에 내원하기 전까지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신경외과 진료기록 감정의는 ‘이 사건 상병 발병 전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놀람, 긴장, 흥분에 의해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하여 자발성 뇌내출혈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적 견해를 밝혔다.

   F병원의 주치의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심리적 놀람으로 교감신경계가 항진되고, 이로 인한 혈압의 상승이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혔다.

   나) 트럭 운전기사 ○○○은 ‘이 사건 사고 직후 원고 승용차의 운전석 문을 열려고 하였으나 문이 파손되어 열리지 않아 뒷문을 열었고, 승용차의 내부에는 연기가 꽉 차 있고 매운 냄새가 나서 불이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원고는 무릎까지 에어백이 터진 상태에서 자신을 붙잡고 밖으로 나오기 위해 움직이려고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직후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에 처해 급격한 혈압상승을 촉발할 수 있는 정도의 상당한 놀람과 긴장, 흥분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다) 한편 원고는 2013.7.12.부터 2013.7.13.까지 ‘상세불명 흉통’으로 2회, 2015.1.21.부터 2015.4.29.까지 ‘두통, 상세불명의 고지혈증’으로 2회, 2016.5.10. 혈압상승으로 1회, 2018.10.1.부터 2018.12.10.까지 ‘순환계통의 기타 및 상세 불명의 장애, 상세 불명의 심부전, 기타 및 상세 불명의 원발성 고혈압, 기타 불명확한 심장질환’으로 6회, 2019.1.3.부터 2019.2.18.까지 ‘달리 분류되지 않은 뇌의 노년변성, 기타 불명확한 심장질환, 기타 및 상세 불명의 원발성 고혈압’으로 3회 진료받은 기왕증이 있었던 사실, 2015년 11월경과 2018년 12월경 시행한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의심(***/**mmHg, ***/**mmHg)으로 판정받은 사실이 인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원고가 보유하고 있던 기저질환인 심장질환과 고혈압이 언제든지 이 사건 상병(뇌출혈)이 발병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직업환경의학과 진료기록 감정의는 ‘원고의 혈압이 높게 측정된 시기도 있지만 그 후에 정상 범위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고, 원고의 연령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혈압의 변동성은 일반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원고는 건강검진에서 대부분 정상 혹은 B등급을 받았고, 고혈압 의심이라는 소견만으로 지속적인 고혈압 상태 또는 심각한 질병의 위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의학적 견해를 제시하였다.

   라) 업무상 사유가 기저질환 등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그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된 경우에도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설령 앞서 본 원고의 기저질환이 이 사건 상병의 주된 발생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2010.4.1.경부터 이 사건 상병 발병 시까지 8년 이상 ㈜I, ㈜J, 이 사건 사업장에서 별다른 문제없이 근무를 해왔는데,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적어도 출근 중에 발생한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기저질환에 겹쳐서 이 사건 상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4) 소결론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을 하던 중 발생한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발병하였으므로, 이 사건 상병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3호나목에서 정한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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