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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상 수급인이 근로자로부터 임금 수령권한을 위임받은 하수급인에게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였을 경우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위반의 고의가 부정되는지 여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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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직상 수급인이 근로자로부터 임금 수령권한을 위임받은 하수급인에게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였을 경우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위반의 고의가 부정되는지 여부

사건 : 대법원 제2부 판결 2024도4055 근로기준법위반
판결선고 : 2024.06.27.

【주 문】

원심판결 중 근로자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 1.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 피고인은 건설업을 하는 ○○○건설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이다. 이 사건 회사는 공소외 6으로부터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도급받아 그중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공소외 7에게 하도급하였다. 공소외 7은 건설업등록을 하지 않고 상시근로자 15여 명을 사용하여 건설업을 한다.
  • 피고인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조제7호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공소외 7이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2018.10.19.경부터 2018.11.3.경까지 근무하다가 퇴직한 공소외 1의 임금 1,620,000원을 비롯하여 원심 판시 별지 범죄일람표와 같이 근로자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의 2018년 10월 내지 2018년 12월분 임금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각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공소외 7과 연대하여 지급할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 2. 원심의 판단
  •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임금이 공소외 7 또는 공소외 8을 통하여 전액 지급되었다고 인식하였고 따라서 근로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임금 미지급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 가. 공소외 7은 2018.11.부터 2019.1.까지 매월 초순경 그 전달에 근로한 근로자들의 인적 사항, 근로일수, 임금 등을 정리한 파일을 이 사건 회사에 보냈고 피고인은 위 파일에 따른 임금 전액을 공소외 7 또는 공소외 7이 지정한 공소외 8에게 지급하였다.
  • 나. 피고인은 ‘일부 근로자들은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이거나 신용불량자인 관계로 본인 명의 계좌가 아닌 공소외 7 또는 공소외 8의 계좌로 임금을 수령하기를 희망하여 위와 같이 지급하였다’고 주장하고,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인 공소외 9 역시 ‘(공소외 7로부터) 근로자의 약 80% 정도가 외국인이다 보니 직접 수령은 어렵다고 이야기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 다. 피고인은 공소외 7 또는 공소외 8로부터 ① ‘위임인은 해당 월의 임금을 공소외 7 또는 공소외 8이 대리 수령함에 동의하고 차후 이의하지 않겠다’는 취지와 해당 근로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해당 월의 임금액이 기재되어 있고 그 옆에 위임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이 찍힌 위임장 및 해당 근로자의 신분증 사본, ② ‘해당 월의 임금을 수령하는 즉시 (수령권한을 위임한 근로자들에게) 바로 지급함은 물론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을 시 본인이 민사·형사·행정상의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가 기재된 공소외 7 또는 공소외 8 명의의 지급각서 및 인감증명서를 제출받은 다음 근로자들의 임금을 공소외 7 또는 공소외 8의 계좌로 이체하였는바, 피고인으로서는 임금의 대리 수령을 희망하는 근로자들의 의사가 진실한지 확인하고, 공소외 7 또는 공소외 8에게 지급한 임금이 근로자에게 전달되는 것을 담보하기 위하여 나름의 조치를 취하였다고 볼 수 있다.
  • 라. 근로자들이 2019.2.경 또는 2019.5.경 수사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피고인에게 직접 임금 지급을 요구하였거나 피고인이 이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 피고인은 공소외 7이 보낸 위 파일에 따른 임금액을 공소외 7 또는 공소외 8에게 전액 지급하였는데,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외 7 또는 공소외 8에게 지급한 임금 상당액이 근로자들에게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정을 알았더라면 위 돈을 공소외 7 또는 공소외 8에게 지급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 3. 대법원의 판단
  • 가. 구 건설산업기본법(2018.12.31. 법률 제161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96조는 수급인이 하도급을 하는 경우 등록한 건설업자에게 하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구 근로기준법(2019.4.30. 법률 제164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기준법’이라 한다) 제44조의2, 제109조는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진 경우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 따른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한 직상 수급인을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 이는 직상 수급인이 건설업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건설공사를 위한 자금력 등이 확인되지 않는 하수급인에게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위법행위를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에 관한 위험을 야기한 잘못에 대하여, 실제로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되었을 때 그 책임을 묻는 것이다.
  • 그리고 이에 따라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의 적용을 받는 직상 수급인은 같은 법 제44조의 경우와 달리 자신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하수급인의 임금 미지급으로 말미암아 위와 같은 책임을 부담하고, 하수급인이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는 경우에는 함께 책임을 면하게 된다.
  • 이와 같은 입법 취지와 문언 등에 비추어 보면, 건설업에서 2차례 이상 도급이 이루어지고 건설업자가 아닌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면, 그 하수급인의 직상 수급인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또는 하수급인에게 대금을 지급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21.11.25. 선고 2021도10938 판결 참조).
  • 나. 또한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근로자 보호를 위하여 마련된 조항으로서 개인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으로, 근로자가 임금 수령권한을 하수급인에게 위임하였다는 이유로 직상 수급인이 임금 상당액을 하수급인에게 지급했는데 나중에 하수급인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때, 직상 수급인이 이미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였다고 보아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른 책임을 면하는 것은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임금을 지급받도록 확실히 담보하고자 하는 위 조항의 취지에 반한다(대법원 2021.6.10. 선고 2021다217370 판결 참조).
  • 그러므로 위와 같은 경우에 직상 수급인이 근로자로부터 임금 수령권한을 위임받은 하수급인에게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따른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였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직접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상, 위 임금 상당액이 근로자에게 임금으로 전달되도록 담보하는 확실한 조치를 취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 다.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고의를 부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
  • 1)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그 입법 취지 및 직접지급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하수급인이 사용한 근로자의 임금을 직접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 사건 공사의 하도급과 관련하여 이 사건 회사와 공소외 7이 작성한 계약서에는 ‘노임 등의 공사대금은 이 사건 회사가 직접 지불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그런데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위와 같은 위임장을 받고 근로자들이 아니라 공소외 7 또는 공소외 8의 계좌로 그 임금 상당액을 전부 지급하였으므로 이를 이유로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에 의한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 2) 한편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하수급인이 그가 사용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 그 직상 수급인에게 하수급인과 연대하여 임금지급책임을 지우는 규정이므로, 이 조항을 위반한 근로기준법위반죄는 하수급인이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사실 및 이에 대한 직상 수급인의 고의가 있어야 성립한다. 원심은 판시사정에 기초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7 등에게 지급한 임금 상당액이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도록 나름의 조치를 취하였고 이를 이유로 실제로 근로자들에게 임금이 지급되었다고 믿었으므로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이 공소외 7로부터 근로자들 명의의 위임장이나 신분증 사본, 공소외 7 또는 공소외 8 명의의 지급각서를 받았다는 점만으로 임금이 근로자들에게 실제로 지급되도록 하는 충분한 조치를 취하였다거나 실제로 지급되리라고 의심 없이 믿을 만한 충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는 자금력이 확인되지 않은 무등록 하수급인에게 하도급을 주는 위법행위가 하수급인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의 위험을 야기한다는 전제에서 직상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직접 책임을 규정한 조항이므로, 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에게 지급한 임금 상당액이 근로자에게 지급되리라고 믿었다는 사정을 쉽사리 인정해서는 안 된다.
  • 3) 더구나 이 사건 공사현장에는 이 사건 회사 직원인 공소외 9가 현장소장으로 상주하였고, 공소외 7이 이 사건 회사에 보낸 파일에 따르면 2018년 10월과 12월에 이 사건 공사현장에 근무한 근로자는 월별로 20명이고 1일 15명을 넘지 않았다. 이러한 이 사건 회사와 근로자의 관계나 이 사건 공사 규모 및 근로자들의 숫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7이 개별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액 및 공소외 7이 청구한 개별 근로자들의 임금액의 정확성, 근로자들이 실제로 외국인인지 여부, 임금 수령권한을 위임하는 이유나 그 위임의사의 진실성, 공소외 7이나 공소외 8의 계좌로 지급한 임금 상당액이 근로자들에게 곧바로 지급되었는지 여부 등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확인 결과 어떤 문제가 있다면 해당 근로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거나 향후 공소외 7이나 공소외 8의 계좌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거부하는 등으로 임금이 근로자에게 실제로 지급되는 것을 더욱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그런데도 피고인은 이러한 조치 없이 계속하여 위와 같은 위임장이나 지급각서 등만을 제출받고 공소외 7이 청구하는 대로 모든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전부 공소외 7이나 공소외 8의 계좌로 지급하였다.
  • 4) 그렇다면 원심이 든 사정만을 근거로 피고인이 공소외 7 또는 공소외 8를 통하여 임금이 근로자들에게 전액 지급되었다고 인식하였다거나 근로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앞서 본 사정들에 의하면 피고인에게 임금 미지급으로 인한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
  • 라. 그럼에도 판시와 같은 이유로 임금 미지급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를 부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근로기준법 제44조의2 위반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 4. 결론
  •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근로자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4, 공소외 5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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